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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T공룡’ 네이버, 금융 생태계를 뒤흔들다…은행·핀테크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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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나 핀테크 스타트업이나 요즘 관심사는 똑같다. 네이버다”

최근 한 금융사 고위관계자의 토로다. ‘IT 공룡’ 네이버가 어쩌다 금융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을까.

중앙일보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통장 출시 전 내놨던 광고. 현재는 명칭변경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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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금융권에 공격적으로 진출 중이다. 간편결제인 네이버페이 서비스 확대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미래에셋대우와 협업해 만든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오는 8월 시작될 마이데이터 사업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 같은 네이버파이낸셜 행보를 두고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는 “법을 우회하는 꼼수”라며 아우성이다.



‘네이버통장’ 이름이 무슨 죄?



네이버통장은 출시 전부터 홍역을 겪었다. 이름은 ‘네이버+통장’이지만 네이버가 직접 제작한 상품이 아닌데다 으레 ‘통장’하면 떠올리는 은행계좌와는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 상품은 미래에셋대우가 만들어서 네이버파이낸셜이 판매하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RP(환매조건부채권)형 계좌다. 고객이 맡긴 돈을 미래에셋대우가 굴려 얻은 수익금이 이자로 들어오는 구조다. 맡긴 돈에 정률의 이자를 주고 회사가 망해도 원금 5000만원까지 보장되는 은행계좌와는 엄연히 다르다.

은행권에서 이런 지적이 이어졌고, 금융당국도 해당명칭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해당 상품이 CMA통장이라는 점을 (명칭에)명확히 하라’는 권고를 했다”며 “현재 ‘미래에셋대우네이버통장’을 염두에 두고 명칭변경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네이버파이낸셜이 해당 CMA통장을 시작으로 “사실상 금융투자중개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중개업을 하려면 금융당국에 금융투자중개업자 인가를 받아야하는데,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규제를 피한 채로 투자상품을 중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도 “네이버파이낸셜이 투자중개업 인가가 필요한 중개업자인지 여부를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명칭 논란이 “최근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활발한 협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과도한 간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지난해에도 삼성증권과 제휴해 CMA통장(네이버페이투자통장)을 출시했지만 이런 논란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삼성증권 측은 “해당상품은 ‘투자’라는 단어가 명칭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은행 계좌로 오인될 소지가 없어 네이버통장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혁신인가 특혜인가



네이버파이낸셜의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도 ‘업종 논란’에 휩싸여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간편결제 서비스업체에 대해 신용카드와 같은 후불결제 기능을 허용하는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카드업계에선 “사실상 신용카드업을 허용해주는 것”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간편결제의 후불결제 한도가 100만원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불만이 증폭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는 전자금융업자다. 전자금융업자는 여신전문금융법 규제를 받는 여전업자와 달리 규제가 느슨한 대신 지금까지는 선불결제만 가능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업자에 100만원까지 후불결제를 허용하면 여신회사보다 훨씬 느슨한 규제 속에서 사실상 카드업을 허용해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달 17일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직접 금융위를 방문해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우리가 타깃으로 삼는 고객층은 카드발급이 현재 불가능한 ‘씬파일러(금융거래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여서 카드사와 고객층이 다른 데다, 후불결제 한도도 카드사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맞선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아직 한도 등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향후 후불결제를 하더라도 업무범위에 맞는 규제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은 후불결제 서비스를 최장 4년 간 기존 금융 관련법 규제를 받지 않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마이데이터에 네이버 정보 들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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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사업.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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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시행될 마이데이터 사업을 앞두고 기존 금융권뿐 아니라 핀테크 스타트업들까지 네이버파이낸셜을 견제하는 분위기다. 마이데이터란 금융권에 흩어진 개인정보를 한꺼번에 모아서 맞춤형 상품 추천 등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업이다. 금융권에선 네이버 본사에 축적된 방대한 고객정보가 어디까지 공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지난 달 말 금융위는 “네이버 본사 고객정보는 ‘신용정보’가 아니어서 마이데이터 사업 공유정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네이버가 은행‧보험‧증권업 등 인가도 안 받고 기존 금융권에 쌓인 고객정보만 가져가겠다는 것”이란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본사의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할 계획인데, 자기네 본사의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기존 금융사의 고객정보만 가져간다면 역차별”이라고 비판했다. 한 핀테크 업체 대표도 “네이버가 갖고 있는 정보는 전혀 공개하지 않고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되면 데이터 '빈익빈 부익부'만 가속화할 텐데,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낄 자리가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권 입지를 넓힐수록 이 같은 논란이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파이낸셜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네이버쇼핑의 빅데이터에 연계해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출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며 “빅데이터에 기반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비교적 낮은 금리의 대출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권 진출이 더욱 공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업 인가를 받지 않고 서비스를 확대할수록 논란은 더 커질 것”이라며 “빅테크에 맞서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 스타트업이 뭉치는 구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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