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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노동신문 사진] 불같이 타올랐다 단번에 식은 대남 규탄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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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용서할 수 없다"던 규탄 집회, 20여일 만에 종료

필요 따라 주민 동원 반복한 北…주민 분노는 어디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대북 전단(삐라) 문제를 규탄하는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일꾼들과 여맹원들의 항의 군중집회.[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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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지난달 갑자기 시작됐다가 일제히 사라진 북한의 대남 공세 속에서 눈에 띈 것은 대남 규탄에 한 목소리로 열을 올린 북한 주민들이다.

더운 날씨에 마스크까지 쓰고 거리에 나와 남측을 향해 쏟아내던 비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을 전격 보류하면서 지금은 '올스톱'된 상태다. 그러면 지난 20일 가까이 키웠던 그 분노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이번 대남 항의 군중집회는 지난달 4일 공세의 포문을 연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첫 담화 발표 다음날(첫 보도일은 6월 6일) 시작됐다.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가 최고 존엄인 김 위원장을 모독했다며 이를 묵인한 남측 정부까지 싸잡아서 비난한 담화에 주민들은 마치 준비라도 한 듯 이튿날부터 대남 규탄에 돌입했다.

집회는 평양종합병원 건설장과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평양에서 시작해 남포시, 개성시, 황해남도 등 각지로 퍼졌다.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도 있고 교복을 입은 학생도 있었다. 일터와 광장, 거리 곳곳에 '천추에 용납 못 할 최악을 저지른 인간쓰레기 탈북자들을 죽탕쳐 버리자' 같은 살벌한 구호들이 넘쳐났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보자면 이전에 있었던 대남 규탄 집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표현과 강도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호전적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도 잊은 채 마스크를 끼고 불끈 쥔 주먹을 하늘 앞으로 일제히 치켜세워 든 사진에서는 분노와 함께 '무자비한 보복' 의지의 진심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북한 전 주민이 보는 매체에서는 "이번만은 용서할 수 없다" "잘못 건드렸다", "겨레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삐라 살포 투쟁에 나서겠다"는 각계각층의 인터뷰도 잇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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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6월 6일부터 9일까지 평양시와 개성시, 남포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남조선당국과 탈북자 쓰레기들의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규탄하는 항의 군중 집회가 연일 진행되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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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주민들이 대남 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를 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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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항의 집회는 한 달이 못가, 1200만 장의 대남 비방 전단과 함께 갑자기 일제히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4일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면서부터다.

탈북단체의 전단 살포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그들이 주장하는 최고존엄 모독에 대한 어떤 사과를 받은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당국의 결정과 함께 대남 공세가 '뚝'하고 멈춘 셈이다.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이나 언급은 일절 없었다. 물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 역시 어디서도 나오지 않았다. 북한에서 집회는 으레 주민의 자발적 참여보다 당국이 필요에 따라 조직하고 해산해 왔기 때문이다.

주민의 분노를 부추기고 동시에 단결을 이끌어내는 것은 북한의 주민 동원 역사에서 수차례 반복돼 온 일이다. 특히 내외부의 어려운 상황으로 결집이 필요할 때, 당국의 결정과 정책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민들이 동원됐다.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았던 지난 2017년에도 평양에서 10만 반미 군중집회가 열렸다가 이듬해 북미 대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확 바뀐 바 있다. 매년 초에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과업 관철을 독려하고 실행 의지를 다지는 군중 집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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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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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집회도 내부적으로는 대북 제재로 인한 어려운 경제적 사정과 코로나19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주민들의 관심을 외부의 '적'에게 돌려 결집에 이용하려는 의도였으며 어느 정도 효과를 얻으면서 중단된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주민들의 분노가 당국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지라도 한번 형성된 이상 해산된 집회처럼 단번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악의 여건에서 만들어진 분노인 만큼 감정의 골도 예전보다 더 깊어졌을 수 있다.

그래서 집회에서 분노를 쏟아냈던 북한 주민들과 천만 여장의 전단을 찍느라 밤을 새운 이들은 지금 가족, 이웃들과 어떤 얘기를 하고 있을지가 궁금하다. 노동신문에서는 더 이상 관련 보도를 찾을 수가 없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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