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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미국 독립기념일에 ICBM 선전하고 '대화 거부' 선언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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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협상 창구인 최선희, 담화로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 없다"

노동신문, 3년 전 '화성-14형' 발사 이례적 선전…'7.4 혁명' 언급

뉴스1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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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최근 한미 양 측에서 제기된 북미 대화 재점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대화 거부'를 선언했다. 특히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대미 협상 창구를 통해 "마주 앉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며 자신들의 기조를 부각했다.

북한은 이날 지난 2018년부터 대미 협상의 최고 실무자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발표했다. 그가 담화를 낸 것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대미 전략의 수정을 결정한 후 처음이다.

최 제1부상은 담화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미국에서 '10월의 서프라이즈'라는 말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을 모두 비난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북미)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정상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라며 "긴말할 것도 없이 (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라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는 한미 양 측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재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움직임이 보이자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낸 것이다.

최 제1부상은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 놓고 있다"라며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북미 대화는 미국의 대선 후, 자신들의 전략에 따라 주도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북미 대화의 정체 후 공개 활동이 잠잠했던 최 제1부상을 내세운 것도 미국에 대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지난 2018년 이후 줄곧 대미 채널의 실무자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측 북미 협상 실무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최 제1부상의 담화가 나온 것도 의미가 있다. 비건 부장관의 '카운터 파트'를 내세워 미국의 대북 대화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협상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경제난 정면 돌파전을 통해 '외부 효과' 없이도 위기를 극복해 내부 결속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뒤 다시 대외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 발사 성공 3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며 관련 사설을 1면에 게재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화성-14형을 비롯한 중거리,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며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의 강도를 높인 바 있다. 신문은 이날 화성-14형의 발사 성공일을 '7·4 혁명'으로 명명했다. 북한이 화성-14형의 발사를 대대적으로 기념한 것은 지난 2018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전개된 이후 처음이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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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기조는 북한이 이례적으로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4형'의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을 통해 지난 2017년 7월 4일 화성-14형 발사를 성공한 것을 '7·4 혁명'으로 명명하며 "이는 우리 혁명 발전에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민족사적 대경사"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2018년과 지난해 북미 협상이 유효했던 때는 이 같은 선전을 하지 않았다. 이날 신문을 사설 외에도 2~3면에 관련 기사를 대거 배치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ICBM 시험 발사 재개를 위한 포석을 두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ICBM 시험 발사는 북한이 대미 협상 개시 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사안이다. 관련 움직임을 재개한다는 것은 북한이 그간의 북미 합의 및 협상 내용을 깬다는 의미가 되는 셈이다.

신문은 "공화국의 강용한 기상과 막강한 잠재력이 힘 있게 과시되자 세계 정치구도는 근본적으로 변화됐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자신들의 ICBM 및 핵개발로 인해 북미 협상이 시작되는 등 국제정세가 변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날 최 제1부상이 담화에서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언급하거나 "우리와 새롭게 판을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에 대해 말한 것은 북한이 ICBM 재개발을 포함한 대미 전략을 '새 협상판' 전개의 하나의 시나리오로 구상하고 있을 가능성을 엿보이게 만드는 대목이다.

다만 신문은 "지금이야말로 '7·4 혁명'을 안아온 그 정신, 기백으로 혁명적 진군의 보폭을 더 크게, 더 힘차게 내짚으며 자력 부강, 자력 번영의 대업을 성취해 나가야 할 책임적인 시기다"라고 말해 당장 군사적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낮췄다. ICBM 개발과 시험 발사로 국제정세를 바꾼 과거의 정신을 현재의 자력갱생 기치의 경제난 정면 돌파전에 임하는 자세로 바꾸어야 한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의 독립기념일 계기 북한이 보인 행보로 봤을 때 빠른 시일 내에 북미, 남북 대화가 재개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변화된 움직임은 11월 미국 대선의 향방이 결정된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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