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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마음 비우니 더 강해진 ‘레알 상주’… K리그 돌풍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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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부 자동 강등 불구 리그 3위 / 개막 앞두고 교통사고 악재 여파 / 첫 경기 대패후 팀정비 ‘승승장구’ / 국가대표 문선민·권경원 입대 등 / 오프시즌 역대급 선수 영입 효과 / 성적 부담 없어 되레 경기력 폭발

세계일보

상주 상무 선수들이 지난달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대신해 거수경례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마음을 비운 실력자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욕심과 부담감을 털어버렸을 때 비로소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의 상주 상무가 그렇다.

상주는 9라운드까지 5승2무2패 승점 17로 압도적 2강으로 꼽히는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바로 다음 자리인 3위에 자리 잡고 있다. 개막을 앞둔 5월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다녀오던 일부 선수들이 탄 버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악재가 발생해 이 여파로 울산과의 개막전에서 0-4로 참패했지만 곧바로 팀을 추슬렀고 이후 승승장구 중이다.

사실 상주의 이런 탄탄함은 선수 명단을 보면 자연스럽게 수긍이 간다. 지난 오프시즌 동안 상주에 역대급 선수 영입이 있었던 덕분이다. 리그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의 공수 핵심이자 국가대표인 문선민(28)과 권경원(28)이 나란히 입대했고, 울산의 미드필더 박용우(27), 인천의 문창진(27) 등 K리그 알짜 선수까지 합세했다. 여기에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 오세훈(21), 전세진(21)도 입대를 선택해 상주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신입 멤버들의 가세에 일부 팬들은 2020시즌의 상주에 ‘레알 상주’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다만, 올 시즌 상주는 이뤄야 할 실질적인 목표가 없다. 상주는 2011년 맺은 경북 상주시와 국군체육부대의 연고지 협약이 만료돼 연고 이전이 예정돼 있고,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라 신생팀 창단으로 분류돼 내년 시즌은 하부리그인 K리그2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더라도 강등되는 셈이다.

동기부여가 떨어질 만한 이런 상황이 오히려 상주에는 경기력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강등의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선수들이 오직 명예와 자부심만을 위해 뛰며 마음껏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특히 수비 부문에서 대단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중이다. 시즌 10실점뿐으로 특히 울산과의 개막전과 2-4로 패한 포항전을 제외하면 7경기에서 단 2실점뿐이다. 이런 강력한 수비는 이번 시즌 통틀어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일단 승기를 잡으면 고도의 집중력으로 승리를 틀어쥐는 상주의 승리 공식의 핵심 역할을 하는 중이다.

공격도 수비 못지않다. 빠르고 저돌적인 측면 공격수 강상우(27·3골), 문선민(2골)과 장신 타깃 공격수 오세훈(2골)이 시너지를 내며 승리에 꼭 필요한 득점을 꼬박꼬박 만들어냈다. 철벽 수비와 함께 승리에 필요한 득점의 생산력까지 갖췄으니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 돌풍 속에 그동안 받지 못했던 주목까지 받는 중이다. 특히 5일 예정된 10라운드는 모든 K리그 팬들의 눈길이 쏠려 있다. 리그 선두 전북이 대결 상대이기 때문이다. 현재 3연승 중인 상주가 전북까지 물리치고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시즌 초반 돌풍을 넘어 본격적으로 선두권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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