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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철인3종 가혹행위 의혹 팀닥터, 선수 사비로 임시고용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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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진 대한철인3종협회]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여자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가 전 소속팀의 감독과 팀 닥터 또 선배한테서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 행위를 당해 왔다고 토로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와 관련해 경북 경주시체육회가 2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감독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2명도 청문 대상이다.

의아한 건 폭행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진 팀닥터는 부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수단 소속이 아니어서다. 대한철인3종협회에 따르면 해당 팀닥터는 선수단이 전지훈련 등을 할 때 임시 고용한 물리치료사다. 선수들이 사비를 내고 고용한 인물이다.

팀닥터는 경주시청 소속은 아니지만, 군인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군대표팀 트라이애슬론팀의 팀닥터를 맡는 등 경상도 일대 팀에는 영향력을 가진 인사로 알려졌다. 한 트라이애슬론 관계자는 "감독이 팀닥터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감독보다 나이도 많고, 영향력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수단에 정식으로 속한 스태프가 아니면서도 가혹행위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팀닥터와 관련 금전적 문제도 제기됐다. 최 선수는 생전에 "팀닥터는 2015년과 2016년 뉴질랜드 합숙 훈련을 갈 당시, 정확한 용도를 밝히지 않고 돈을 요구했다. 2019년 약 2개월간의 뉴질랜드 전지훈련 기간에는 심리치료비 등 명목으로 고소인에게 130만원을 요구하여 받아 간 사실도 있다"며 "(영향력이 있는) 팀닥터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정확한 용도가 무엇인지를 더는 물을 수 없었다. 팀닥터가 요청하는 금액만큼의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최 선수의 부친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딸이 팀 닥터에게 직접 돈을 건네기도 했고, 내가 직접 이체한 적도 많다. 치료비 명목의 돈을 보내지 않는 선수는 '왕따'가 되는 분위기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시청 직장운동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올해 초 팀을 옮기고 대한체육회에 진정하고 경찰에 고소하는 등 수 차례 도움을 청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는 1일 스포츠인권센터가 지난 4월 8일 고 최숙현 선수와 관련된 폭력 신고를 접수, 피해자의 연령과 성별을 감안, 여성 조사관을 배정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사건은 대구지검으로 이첩돼 조사중이다. 경찰은 지난 5월 29일 감독에게 아동복지법 위반, 강요, 사기, 폭행 혐의를, 팀닥터와 선배 선수 2명에게 폭행 혐의를 각각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6일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고 징계 절차를 밟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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