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에 나오는 7세기 신라 삼화령 부처
조선총독부 시절 발견 경주박물관 소장·전시
해인사·갑사의 불교유물 등 총 5건 보물 예고
보물로 지정 예고된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 [사진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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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신 몸에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용모로 유명한 신라 7세기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1일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장창곡 삼존상을 비롯한 불교 관련 유물 5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삼존상은 이름 그대로 본존 미륵불과 좌우의 협시보살 입상으로 이뤄졌다. 본존불은 의자에 앉은 자세(의좌상)으로 우리나라 의좌상 중에 가장 오래됐다. 본존상이 원만한 얼굴에 두 눈을 아래로 지그시 내려 사색에 잠긴 상태라면 양 옆 보살상은 1m 남짓한 체구에 머리엔 보관(寶冠)을 쓰고 해맑은 미소를 띠고 있다.
경주 일대에선 ‘삼화령 애기 부처’라고 불리며 사랑받아왔다. 일제시대에 작명된 현재 남산 삼화령과는 관계없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삼화령이란 곳과 연계해서다. 이에 따르면 644년(선덕여왕 13년) 생의(生義) 스님 꿈에 한 스님이 나타나 ‘나를 꺼내어 안치해 달라’라고 말해 그가 말한 곳을 찾아 땅을 파보니 돌미륵이 나왔다. 이 미륵상을 삼화령에 봉안하고 지은 절이 ‘생의사’라고 한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경덕왕 때 승려 충담사가 삼화령 미륵세존에게 차(茶)를 공양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좌상(본존불) 발견 당시 모습(1924년). [사진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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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삼존불은 일제시대 때 발견됐다. 조선총독부 기록에 따르면 경주 내남면 월남리의 어느 민가에 보관돼 오던 두 협시보살상을 먼저 회수해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에 전시하던 중 1924년 10월 10일 남산 장창곡의 어느 무너진 석실에서 본존불이 발견됐다. ‘완전체’가 된 삼존불은 경주분관이 해방 후 국립경주박물관이 되면서 계속 이곳에 소장‧전시돼왔다.
이밖에 합천 해인사와 공주 갑사, 두 유서 깊은 사찰에 400년 넘게 봉안돼 왔고 고려~조선 시대 조각사‧서지학‧불교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돼온 불상과 복장유물, 복장전적도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복장(腹藏)이란 불상 제작 시 가슴 부분에 보화나 서책 따위를 넣는 것을 말하고, 전적(典籍)은 인쇄해 묶어놓은 것을 말한다.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사진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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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복장전적. [사진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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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해인사는 경내 부속 암자인 원당암의 보광전에 봉안된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과 이곳에서 발견된 복장유물 23점을 묶어서 1건, 별도로 복장전적 29첩을 1건으로 해서 총 2건이 예고됐다. 조선 15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존상의 조형적 가치와 복장유물을 통해 제작 배경과 참여자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불경은 13세기 중엽 판각됐고, 인출(印出, 찍어서 간행함) 시기는 14세기 말∼15세기 초로 추정되는데 고려 시대에 판각된 화엄경이 이처럼 한꺼번에 발견된 경우가 드물다.
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과 사보살입상. [사진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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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존좌상·사보살입상 복장전적. [사진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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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의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사보살입상 및 복장유물은 계룡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갑사 대웅전에 봉안된 불상 및 관련 유물이다.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과 사보살입상은 1617년에 조각승 9명이 제작한 7존의 불상으로 임진왜란 이후 조성된 7존 불상으로는 현존 최대이자 최고(最高)다. 진흙으로 만든 불상은 평균 높이가 2.5m이며 보살상 역시 2m 이상으로 장중한 인상이다. 발원문(1617년), 후령통, 오보병, 직물, 다라니 등 263점이 일괄 예고됐다. 불상 조성 시기(1617년) 이전에 간행된 불교전적 8건 8점도 별도로 예고됐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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