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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네타냐후, 국제 역학관계 급변에 서안지구 합병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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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리' 베니 간츠 "합병이 아닌 코로나19에 집중해야"

현지 언론 국제사법재판소 전범 조사 관할권이 '발목'

트럼프 제외한 美 민주당, 아랍권, 유럽, 유엔 모두 반대

뉴시스

[예루살렘= AP/뉴시스] 지난 21일 마스크를 쓴 채 외교부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패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그는 27일 (현지시간) 퇴진시위를 강제진압하고 시위에 가담한 전 공군장성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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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일대에 대한 합병이 예정대로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2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현지 방송사 칸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크네세트(의회)에서 열린 집권 여당 리쿠드 의원 모임에서 "서안지구 주권 확보(합병)는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외교안보적으로 고려할 것이 많은 복잡한 과정이다. (합병은) 다음달 1일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보고할 것이 생기면 그때 보고하겠다"고 했다. 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국제사법재판소(ICC)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 관할권이 있는지 여부가 현재 관건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 문제는 카홀라반이 아니다"며 차기 총리 후보인 베니 간츠 국방장관이 다시 반대로 돌아선 것은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선 총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평화 구상을 근거로 요르단밸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내 유대인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는 연립정부(연정) 수립 과정에서 연정 상대인 간츠 카홀라반 대표(현 국방장관)와 다음달 1일부터 합병을 추진한다는 합의도 도출했다. 간츠는 일방적인 합병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간츠 장관은 이날 미국 고위 외교관들에게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합병이 연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스라엘은 합병에 대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그로 인한 경제적 여파에 대응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오후 카홀라반 의원 공개모임에서도 "코로나19와 싸움과 관련이 없는 문제는 코로나19가 해결될 때까지 처리가 미뤄질 것"이라고 재차 발언했다. 간츠 측은 이는 합병을 언급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네나탸후 총리가 거침없던 행보를 잠시 멈춘 데에는급변한 국제 역학관계도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서안지구 일대 합병에 대한 지지를 끌어냈다. 과거 미국 행정부는 서안지구 일대 유대인 정착촌 건설과 합병 시도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합병 시도에 대해 국제법상 불법이라고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는 물론 유럽연합(EU)과 유엔까지도 이스라엘에 합병 시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유이'한 중동 국가인 요르단은 압둘라 국왕이 나서 합병시 1994년 평화협정을 포함해 이스라엘과 맺은 모든 관계를 재고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집트도 서안지구 합병시 지역 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스라엘의 최대 후원자인 미국내 여론도 심상치 않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몇주 사이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반면 공화당에서는 일부 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주요 인사를 포함해 대부분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TOI는 전했다.

미 공화당 하원의원 198명 중 116명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에게 합병을 지지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반면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옛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 등은 TOI의 지지 천명 요청을 거부했다.

이와 달리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상하원 유력 민주당 의원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합병 시도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을 저해하고 국제적으로 공인 받은 '두 국가 해법'을 위한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평가다.

민주당 하원 의원 191명은 지난 25일 네타냐후 총리에게 합병 시도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상원 의원 19명도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국방장관에게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미국내 친(親)이스라엘 단체의 입장도 불분명하다.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합병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합병 계획을 비판하는 것을 저지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노력해온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TOI는 전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이스라엘에 양자 협상을 제안하고 나섰다. PA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중동 평화구상을 꺼내들자 양국과 관계 중단을 선언하고 강경 대응을 천명한 바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쉬타예흐 PA 총리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평화협상 중재 임무를 맡고 있는 국제기구 '콰르텟(Quartet)'에 보낸 제안서에서 지난 2014년 중단된 이스라엘과 양자 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통지했다.

쉬타예흐 PA 총리는 팔레스타인이 평화협상 준수 여부를 감시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유엔의 위임을 받은 국제 연합군의 주둔을 수용할 의사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단 일부라도 합병할 경우 제안은 모두 백지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달 9일 콰르텟에 제안서를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PA는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에 대한 입장서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유엔 등으로 구성된 콰르텟은 지난 2002년 출범했지만 현재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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