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관방장관 "G7 틀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 공식 발언…한국 참여 견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WTO 사무총장 입후보에도 불편한 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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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출마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두고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국제가구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적극적 지지를 선언한 한국 정부에 일본은 비공식적이지만 사실상 낙선 운동에 나선 모양새다. 일본은 한국의 주요 7개국(G7) 초청에 이어 WTO 사무총장 선거를 앞두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WTO는 내달 8일 사무총장 후보 등록을 마감하고 신임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본격 선거 절차에 들어간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후보자들이 정견 발표를 한 이후 2개월 동안 16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후보자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해 라운드별로 후보자를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종 후보 1명이 나오면 만장일치로 신임 사무총장으로 추대하고 4년의 임기(1회 연임 가능)를 부여한다. 현재까지 나이지리아·이집트·멕시코·몰도바 4개국에서 후보를 냈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적극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산업부는 25년 동안 통상 분야의 경험과 전문지식으로 차기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에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적극 지원의사를 표명했다. 외교부는 국제기구 선거에 우리나라가 입후보하는 경우 전략적 중요성에 따라 다양한 선거 지원 활동을 수행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WTO 사무총장 선거의 경우 WTO 회원국 소재 우리 재외공관과 WTO 사무국이 소재한 주제네바 대표부를 중심으로 캠페인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국가들을 참여시켜 G7을 G11으로 확대하는 구상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회원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의사결정 구조임을 감안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앞서 교도통신은 28일 미·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G7을 G11로 확대해 한국, 러시아 등을 포함시키자고 한 제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미국에 반대 의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G7 참여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토통신은 특히 일본 정부가 북한과 중국에 대한 태도가 G7 회원국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29일에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G7 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일본이 한국의 WTO 사무총장 후보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가 중심에 있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지난해 7월 일방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11월 해법을 찾기 위한 대화를 전제로 한국 정부는 수출규제에 대응한 WTO 분쟁해결 절차를 중단했지만,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수출규제 철회 등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지난 2일로 WTO 제소 절차 재개를 선언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양국의 무역분쟁이 진행중인 가운데 무역 분쟁의 당사국 출신이 WTO 사무총장에 오르게 되는 모양새”라면서 “일본 정부로서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본의 몽니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데에 대한 경계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그간 G7국가 중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는 위상을 톡톡히 누려왔으나 현재 유엔(UN) 산하 15개 국제기구 중 일본인은 전무한 상황이다. 반면 중국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4개 국제기구 수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의 위상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제고 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코로나19 대응 관련한 다자간 회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여러 국가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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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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