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구자철 회장. 제공=KPGA |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의욕이 앞서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 열심히 뛰어보겠습니다. 도와 주십시요.”
범 LG 그룹 수장들은 허례허식이 없기로 유명하다. 좋게보면 인간적이고, 비꼬자면 세련미가 떨어진다. 대기업 오너 일가라는 배경을 덧대보면 정 많은 동네 아저씨처럼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이끌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그렇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신임 수장으로 6개월을 보낸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도 그렇다. KPGA 구 회장은 29일 KPGA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날 간담회는 오는 2일 개막하는 KPGA 코리안투어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 오픈을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협회 안팎의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설명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구 회장은 “골프를 좋아해 코리안투어를 세계 7대 투어로 격상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협회장직을 맡았다. 지난 6개월간 대회 유치를 위해 기업인들을 만나러 다녔는데, 생각보다 남자 골프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총수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리안투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당초 발표한 일정보다 7개 대회가 취소됐다. 구 회장이 사재를 털어 두 개 대회를 유치하는 등 4개 대회를 신설했지만, 세계적인 투어로 발돋움하려면 규모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KPGA 구자철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KPGA |
실제로 구 회장은 은행대출을 받아 KPGA오픈(7월 16일)을 신규로 개최하고, 메인 후원사가 끊긴 군산CC 오픈(7월 9일)에도 투자를 했다. 협회측은 “법인이 아닌 회장 개인돈으로 유치한 대회”라고 귀띔했다. 구 회장은 “코리안투어가 정상화돼야 스릭슨투어 등 하위 투어도 활성화될 수 있다. 많은 기업과 대중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더 많은 기업이 국내 남자 골프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에 수장이 직접 허리를 숙인 셈이다.
인간적인 면모는 돋보였지만 젊은 세대와 공감지수는 조금 떨어졌다. 최근 논란이 된 사원 채용에 대해서는 “계약직으로 채용한데다 공정성을 담보했기 때문에 큰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협회의 마케팅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내가 우겨서 영입하게 된 것이다. 능력을 검증 중에 있다”며 특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돌연 사임한 최경주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나와 뜻이 맞지 않았다기보다 미국프로골프(PGA) 시니어투어 데뷔를 앞두고 있는 등 아직은 해외에서 할 일이 많다는 뜻을 부회장 선임 전부터 강조했었다. 내가 우겨서 억지로 앉힌 거였는데, 결과적으로는 본인 뜻대로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코리안투어가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국제 경쟁력 저하’를 꼽은 구 회장은 “의욕만 앞세워 좌충우돌할 수도 있지만, 구성원 모두가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다. 1년 뒤에는 지금보다 KPGA 위상이 더 격상돼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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