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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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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무대 처음 오를 착한 골퍼 홍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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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초청 선수된 사연

다친 할머니 업고 입원까지 도와

소식 들은 주최측 출전 자격 부여

“배운다는 생각, 자신있게 할 것”

중앙일보

KPGA 코리안투어 대회에 처음 나서는 홍상준. [사진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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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마리아인. 강도를 당해 길가에 쓰러진 유대인을 구한 성경 속 사마리아인 사례에서 유래했다. 아무 조건 없이 위험에 처한 이를 돕는 사람의 대명사다.

홍상준(27)은 골프계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최근 알려진 그의 사연이 훈훈한 감동을 자아냈다. 길거리에서 크게 다쳐 도움이 필요했던 86세 할머니를 끝까지 도운 사연이 알려졌다. 24일에는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그에게 ‘의로운 시민상’을 수여했다. 다음 달 2~5일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 부산경남오픈 대회 주최 측은 그에게 초청 선수 자격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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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이용섭(왼쪽) 광주광역시장에게 의로운 시민상을 받은 홍상준. [사진 광주광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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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준을 2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주저하지 않고 도와주는 성격이다. 지나가다가 그저 도와드린 것뿐인데, 크게 알려져 오히려 쑥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그는 광주의 한 골프연습장으로 향하다가 길거리에 쓰려져 있던 할머니 한 분을 발견했다.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할머니는 제대로 걷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외면하고 지나치지 않았다. 연습을 미루고 할머니 보호자 역할을 자처했다.

할머니는 갈비뼈, 무릎뼈 골절 등으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홍상준은 그런 할머니를 업고 병원 세 곳을 돌았다. 가족이 도착할 때까지 할머니 옆을 지키며 보호자 역할을 했다. 입원까지 도와준 홍상준 덕분에 할머니는 수술을 받았고 상황이 호전됐다. 할머니 가족은 큰 도움을 준 홍상준을 21일 초대해 함께 저녁 식사도 했다.

홍상준은 “운전하고 가는데 길가에서 손을 들고 도움을 요청하는 할머니를 봤다. 처음엔 ‘주사 한 대 맞으면 괜찮을 것’이라면서 택시 타고 가겠다고 하시더라.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두 번째 간 병원에서 심하게 골절상을 입었다는 걸 알게 돼 끝까지 지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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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주흥철(오른쪽) 캐디로 활약할 당시 홍상준.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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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처음 만나 끝까지 옆을 지켜준 홍상준이 고마우면서도 걱정됐다. 연신 “괜찮냐”며 걱정하는 할머니를 홍상준은 “시간 많아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5시간 동안 가족처럼 함께 있었다. 홍상준은 “어떤 분은 ‘할머니가 잘못되면 네가 책임질 수도 있었다. 곧장 119를 불렀어야 했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못 본 척 지나쳐 갈 수 없었다. 우리 외할머니 생각도 났다. 연세가 비슷했다. 할머니는 누군가의 가족이고 부모다. 외할머니를 도와드린다는 마음으로 할 일을 한 것뿐이다. 그런 일이 또 생겨도 또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선행에 복이 따라온 격이라고 할까. 홍상준은 꿈꿔보지 못했던 무대인 KPGA 코리안투어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2018년 KPGA 투어 프로 자격을 얻은 그는 아직 1부인 코리안투어에 나선 적이 없다. 호남대 골프부 출신으로 1부 투어 시드전에 두 차례 응시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2부 투어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은 내지 못했다. 300야드 안팎으로 샷은 멀리 치는데 정확도가 아쉬웠다. 재밌는 건 홍상준이 코리안투어 우승을 ‘경험’은 해봤다는 점이다. 다만 선수가 아닌 캐디로서였다. 2016년 군산CC 전북오픈과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연이어 우승한 주흥철(39)의 캐디백을 당시 홍상준이 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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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준. [사진 홍상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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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준은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인연을 맺은 주흥철의 캐디로 잠시 활동했다. 그저 ‘배우러 간다’는 생각에 했던 일인데, 베테랑 골퍼의 우승을 두 번이나 도운 캐디가 됐다. 그는 “처음에 주 프로님이 캐디비를 주길래 거절했다. 그래도 프로님이 ‘장비도 바꾸고 열심히 하라’며 캐디비를 기어코 주더라.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면서 우승이 정말 대단한 일이란 걸 느꼈다. 나도 이런 시합을 꼭 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꿈꿔왔던 무대를 선수로서 경험하게 된 홍상준은 “들뜬 마음이다. 물론 다른 선수와 실력 차가 있다. 누구와 라운드를 해도 내게는 큰 경험이 될 거다. 배운다는 입장으로 나서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주눅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날이 창창한 그는 훗날 어떤 골퍼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는 “골프를 잘하면서도 젠틀하고 매너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골프 하는 ‘착한 사마리아인’다운 대답이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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