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무죄→무죄, 진술과 구글 타임라인 불일치가 결정적
폭행사건에 이어 고객에게 마약을 판매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경찰 수사를 받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이 지난해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버닝썬 입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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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클럽 버닝썬에 미성년자가 출입한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던 전직 경찰관 강모씨의 무죄가 25일 확정됐다. 강씨는 지난해 1심에서 유죄로 징역 1년를 받았다. 하지만 2심과 3심에서 내리 무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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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무죄, 구글타임라인이 살렸다
강씨를 살린 건 강씨의 위치 기록을 저장한 구글 타임라인이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뇌물 공여자의 진술과 피고인의 위치를 보여주는 구글 타임라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다.
뇌물을 공여했다고 진술한 이씨는 "강씨가 서울의 A호텔을 차량으로 2~3바퀴 돌며 돈을 요구했다"고 했지만 당시 강씨의 타임라인엔 별다른 움직임이 기록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강씨의 후배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강씨가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나오기도 했지만, 무죄를 다시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 강남경찰서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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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착의혹 사건의 재구성
경찰과 검찰은 이씨(전 버닝썬 대표)의 진술을 토대로 강씨(전직 경찰)가 이씨에게 미성년자 출입사건 무마와 관련해 "일이 잘 해결될 것 같다. 300만 원 정도는 후배들 용돈으로 주고, 나머지는 경비로 써야하니 2000만원을 요구하고 받았다"며 기소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강씨의 후배가 이씨에게 2018년 8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300만원을 받았고, 일주일 뒤 강씨가 직접 이씨로부터 1700만원을 받았다며 그 근거로 이씨의 일관된 진술을 들었다.
이씨는 버닝썬 의혹 세번째 경찰조사 때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수사관이 이씨에게 강씨가 자신의 후배에게 '이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 그 중 300만원을 가지라'고 지시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휴대폰 캡처화면을 보여준 뒤 부터였다.
버닝썬 게이트의 최초 신고자인 김상교씨의 모습.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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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과 2심의 엇갈린 판단
1심 법원은 이씨의 진술이 나온 배경과 강씨가 버닝썬 관련 경찰관을 접촉한 점, 그 뒤 미성년자 출입 사건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혐의 송치된 점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씨의 진술이 일부 흔들린 점은 있었지만, 신빙성 자체를 배척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2심 법원은 강씨가 제시한 '구글 타임라인'을 근거로 이씨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했다. 강씨의 이동 경로와 그의 주변 사람들의 진술이 이씨의 진술과 어긋났기 때문이다. 검사는 구글 타임라인 조작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법원은 "뇌물을 받았다고 의심할 여지가 있지만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씨의 진술 중 "강씨가 서울의 한 호텔 주변에서 운전하던 차량에 자신을 태운 뒤 2~3바퀴를 돌며 뇌물을 요구했다"는 진술과 달리 당시 강씨 타임라인에서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강씨의 주장대로 강씨가 해당 호텔 화장품 홍보행사에 참석한 점, 당시 참석자들과 계속해 연락을 주고받은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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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 중심 뇌물수사, 타임라인에 무너져
재판부는 이씨가 강씨에게 강남의 한 호텔 주차장에서 직접 뇌물을 줬다고 주장한 시기에 강씨가 동대문 인근에서 시장 조사를 하고 있다는 강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강씨의 타임라인과, 강씨와 동행한 일행들이 촬영한 사진이 증거로 사용됐다. 이씨의 진술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됐지만, 그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렸고 무죄가 나왔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모습. 김 지사도 구글타임라인으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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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법원이 '구글 타임라인'으로 뇌물 공여자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새로운 기술인 구글 타임라인을 통해 기록된 피고인의 개인 정보가 공여자 진술 중심의 뇌물 수사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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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도 타임라인으로 무죄 주장
현재 댓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김 지사도 자신의 비서 구글 타임라인을 근거로 '댓글조작 시연회'를 보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다만 김 지사가 주장하는 타임라인은 김 지사가 시연회가 이뤄진 장소에 방문한 사실과는 부합하는 측면이 있어, 이번 사건만큼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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