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24일 "이제 한국이 휴전 상태를 끝낼 주역이 돼야 한다"며 유엔사의 역할 변화를 요구했다. 정부 일각에서 유엔사를 '남북협력을 가로막는 주역'으로 비판하는 가운데 외교부 차관이 공개적으로 변화를 촉구함에 따라 한미 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조 차관은 이날 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한 제5차 한미전략포럼의 기조연설에서 "유엔사의 역할과 지위는 (한미) 동맹 진화에 중요한 주제"라며 "한국 국민들은 이제 한국이 현재의 휴전 상태를 끝내고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자국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953년 유엔군, 북한군, 중공군 총사령관이 서명한 휴전협정은 한국이 협정 주체가 아니라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주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정부 일각에서 유엔사가 남북 협력에 과도한 제동을 건다며 불만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정부는 그간 남북 관계 사업으로 타미플루 대북 지원(2019년 1월), 금강산 개별관광(2020년 1월) 등을 추진했으나 유엔사는 유엔 대북제재에 저촉된다며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지위와 권한을 놓고도 의견 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향후 유엔사 역할 문제가 본격적으로 양국 간 주요 갈등 사안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차관은 또 "(미국이) 수십 년 전부터 한국에 적용돼온 우주 및 위성 능력 개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대북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북 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2020 군비통제·비확산·군축 이행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한다면 북한의 인프라스트럭처 개선이나 식량 안보 등을 강화할 방법을 모색할 준비도 돼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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