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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코로나’ 산 넘어 ‘브렉시트’ 또 산… 빈사 상태 영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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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영국과 EU 간 미래관계 협상이 난항에 빠져 있는 가운데 10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 시민이 EU 깃발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런던=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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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4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달에 비해 20%나 쪼그라들었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 그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이 원인이다. 하지만 영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또 다른 위협이 기다리고 있다. 연말까지 완료해야 하는 유럽연합(EU)과의 이혼절차, 즉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 미래관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빈사 상태의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

영국 경제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영국 기업 19만개를 대표하는 영국 산업연맹(CBI)의 캐럴린 페어번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영국 기업들은 마지막 1펜스까지 다 떨어져가고 있다”며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여력을 잃었다”고 개탄했다. 영국 재무부에 따르면 9일 기준 영국 기업들은 정부의 코로나19 구호 프로그램에 따라 350억파운드(약 53조1,300억원)을 차입한 상황이다.

노동자들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미 CNN방송은 영국 노동 인구의 약 27%인 900만명이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당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주요 기업들은 일찌감치 일자리 7만5,000개를 줄이겠다고 선언했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영국에 2차 팬데믹(대유행)이 닥칠 경우 실업률이 15%까지 급등하고 GDP는 14%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국 중 최악의 전망치다. 실제 영국 통계청은 12일 봉쇄 조치로 인해 4월 GDP가 3월에 비해 20.4% 폭락했다고 밝혔다. 최악의 예상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EU와의 이혼 협상마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미래관계 협정 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으나, 영국 측이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는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영국이 “많은 영역에서 캐나다, 일본 또는 우리의 다른 많은 (무역) 협력국들보다 훨씬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며 “영국은 의무는 없이 (EU) 단일시장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를 골라 취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연말까지 양측이 합의에 실패하면 영국은 EU와 거래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 받게 된다. 사실상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와 같은 상황이 닥치는 셈이다.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측 브렉시트 대표는 성명을 통해 “(협상은) 긍정적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산업계는 죽을 맛이다. 페어번 총장은 “정치적 목적을 담은 벼랑끝 전술이 계속되면 영국 산업에 재앙이 도래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은 지금 플랜B를 준비할 힘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OECD는 영국이 코로나19 2차 유행을 피하고 EU와 무역협정을 타결하는, 즉 최상의 시나리오에도 내년 실업률은 7.2%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를 이미 발령한 상태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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