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가세 “홍콩 내 불안 중국이 경요해서 안돼"
유럽연합(EU) 의회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는 중국을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앞서 전날에도 EU 집행위원회는 중국과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공개하는 등 연일 중국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홍콩을 식민지로 뒀던 영국도 중국을 겨냥해 홍콩보안법 강행을 비판하는 등 중국에 각을 세우고 있다.
SCMP에 따르면 EU 의회는 “중국은 중영(中英) 공동선언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위배했다”며 “EU 회원국들은 중국을 ICJ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 초안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홍콩반환협정으로 불리는 중영 공동선언은 1984년 체결됐다. 1997년 홍콩 주권반환 이후 50년간 홍콩 자치를 보장하는 등 일국양제(一國兩制)의 기본 정신을 담았다.
EU 의회는 결의문 초안에서 “중영 공동선언이 역사적인 문건으로서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중국 측 주장과 갈수록 심해지는 홍콩 자치에 대한 중국의 간섭에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또 결의문에는 영국뿐만 아니라 EU 회원국도 홍콩 시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을 촉구하는 한편, 유엔 인권감독관들이 홍콩 문제 특사를 임명하고, 홍콩 시민을 억압하는 지도자들을 제재할 것 등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10일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조직자 벤투스 라우(가운데)가 2019년 7월 1일 시위 중 입법회 정부청사에 불법 입국한 혐의로 법정에 출석한 뒤 홍콩 동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
EU 의회의 결의문은 EU 회원국들에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미국을 견제하고 EU와의 관계 강화를 바라는 중국에게는 어느 정도 외교적 압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간 EU·중국 정상회의가 이달 말 예정된 상황이다. EU 차원에서 정상회담에서 이를 거론한다면 정상회담 분위기가 상당히 격양될 가능성도 있다. SCMP는 “중국과 시장 개방 확대 등 무역 합의를 체결하길 원하는 EU 회원국들이 결의문을 행동으로 옮길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러한 결의문 자체는 홍콩보안법에 대한 EU의 반대 의사를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앞서 전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U 집행위는 이날 공개한 코로나19 허위정보 대응 전략 보고서에서 “외국 행위자와 특정 제3국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EU 내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를 둘러싼 허위 정보 선전과 선별적 영향력 공작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적인 토론 약화, 사회적 양극화 악화,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들 자신의 이미지 개선”을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으로 촉발된 홍콩 내 불안은 홍콩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하며, 중국이 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라브 장관은 반기마다 하원에 제출하는 홍콩 보고서를 통해 “(사회) 불안과 근원적 원인에 대한 해법은 홍콩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며 “중국 본토에서 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출된 보고서는 지난해 7∼12월 홍콩 내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송환법을 둘러싼 홍콩 내 시위와 정부의 강경 대응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