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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핵군축 회의 참석 외교부 '북핵'의 '북'자도 안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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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외교 2차관 "한국은 NPT체제 수혜국"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제기도 안 해

조선일보

미국의 로버트 우드 군축대사가 2017년 NPT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적 행동을 강력 비난하고 규탄하기 위해 하나로 뭉쳐 맞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 국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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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9일(현지 시각) 비핵화 관련 주요 국제회의인 ‘핵군축·핵비확산조약(NPT)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이하 NPT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지만, 공개적으로 ‘북핵(北核) 문제’를 제기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외교부가 이 회의 참가 결과에 대해 밝힌 200자 원고지 7매 분량의 보도자료에도 ‘북한 비핵화’나 ‘북한’이란 단어는 하나도 없었다. 최근 김여정의 대북 전단 비난 등 북한의 파상적인 대남 압박에 위축된 우리 정부가 최대 외교·안보 사안인 ‘북한 비핵화’를 이제 입 밖으로 제대로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9일 오후 10시 독일·스웨덴·일본·인도네시아 등 NPT 상 핵 비보유국 16개국이 참여하는 NPT 회의에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상황을 고려해 대면 회의가 아닌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올해는 NPT 발효 50주년으로 의미가 크기 때문에 화상회의를 통해서라도 NPT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고 각 국간 협력 방안을 논의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NPT 체제 덕에 한국이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며 핵무기 확산 방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NPT 체제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부 자료를 보면, 이 차관은 회의에서 “한국이 핵무기 확산 방지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는 NPT 체제의 수혜국 중 하나”라면서 “NPT 평가회의의 성공과 국제 핵 군축·비확산 체제 강화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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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이태호 2차관이 9일 오후 10시 외교부 청사에서 핵군축·핵비확산조약(NPT)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화상회의'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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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올해 조약 발효 50주년을 맞은 NPT가 국제 핵군축·비확산 체제의 초석으로서 그 역할을 지속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핵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핵군축이 진전되고 내년에 개최될 NPT 평가회의가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 세대에게도 NPT 체제의 중요성을 알리자며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청년과 군축·비확산 결의’도 소개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 차관의 발언을 보면 그는 NPT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이 NPT 회의의 주요 이슈인 북핵의 ‘북’자도 꺼내지 않았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북한 언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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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평양에서 열병식을 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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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다른 회의도 아닌 북핵을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둔 NPT 회의에서 ‘북’자도 꺼내지 못한 것은 ‘대북 협력’을 우선시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외교부는 그간 NPT 회의에서 북한의 NPT 위반행위를 지적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해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가 북 인권이나 비핵화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7년 취임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공석으로 두고 있다.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2016년 9월 4일 발효된 북한인권법에 의거해 ‘북한인권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위해 신설됐다.

과거 북핵 업무 맡았던 전직 대사는 “회의가 화상이었든 내년 열릴 평가회의 준비를 위한 회의였든 간에 16국 정부 대표가 공식적으로 참석한 NPT 관련 회의에서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 대표가 ‘북핵’을 제대로 언급조차 않은 것은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가 ‘남북 교류를 위해’라는 명분으로 ‘비핵화’ 인권’ 등 국제사회의 기본적 원칙을 조금씩 경시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면서 “정부가 원칙은 지키면서 할 말은 해야 북한도 대화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차장 출신인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도 "2015년 북한 목함 지뢰 도발 당시 우리 군이 자주포를 쏘며 강경하게 나가자 북한은 먼저 협상을 제안하며 미안하다는 의사를 보였다"며 "북한의 강공책에 물러서기보다는 당당하게 맞서 나가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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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탄두를 살펴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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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985년에 NPT에 가입했지만 2003년 NPT를 탈퇴했다. 이후 3년 만인 2006년 1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은 2017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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