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32)이 11년 만에 한국 프로배구 V리그로 돌아왔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소월로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 열린 흥국생명 복귀 기자회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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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1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열린 복귀 기자회견에서 "11년 만에 복귀하게 됐다. 흥국생명 유니폼 색인 핑크색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정말 설렌다. 지금이라도 코트에 들어가서 경기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연경 복귀 소식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의 취재진이 참석했다.
김연경은 지난 6일 흥국생명과 연봉 3억5000만원만 받는 조건으로 복귀 협상을 마무리했다. 김연경은 이전에 뛰었던 터키 엑자시바시 구단에서 세계 최고 연봉 수준인 20억원 정도를 받았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세계의 다른 구단 관계자들이 제 연봉(3억5000만원)을 보고 놀라더라. 그러나 마지막이 될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내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후배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면서도 올림픽을 위해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국내 복귀가 맞다고 결정했고, 이후 연봉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김여일 흥국생명 단장은 "후배들을 위한 통큰 배려 특히 감사드린다. 김연경 선수가 배려해준 덕분에 다른 선수들과 연봉 협상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연경과 일문일답.
-흥국생명에 복귀한 소감은.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흥국생명 김연경으로 인사하게 됐다. 11년 만에 복귀해 많은 팬들 만나게 되어서 기대가 된다. 핑크색이 저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정말 설렌다. 지금이라도 코트에 들어가서 경기하고 싶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국내 복귀를 굳힌 계기는.
"사실 많은 고민을 했다. 걱정도 했다. 복귀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서 국가대표 훈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해외에서도 확실하게 리그가 재개될지 의구심이 컸다. 또 내년 올림픽에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치르고 싶었다. 그래서 국내 복귀를 결정하게 됐다."
-본인 연봉 삭감을 감수해야 했는데.
"샐러리캡 부분에서 걱정한 부분도 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경기력이다. 경기력을 먼저 생각하다보니까 금전적인 부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후배들을 위해 통큰 결정을 했다.
"흥국생명 복귀 결정하고 구단에 한 이야기가 '후배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였다. 그러면서도 올림픽을 위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연봉 삭감에 대해) 부모님도 잘한 결정이라고 해주셔서 결정하게 됐다."
-세계 연봉 1위 타이틀을 내려놓게 된 게 아쉽지 않나.
"미래에 대한 생각도 했다. 배구선수로 나에게 가장 큰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게 올림픽이었다. 지금도 올림픽 메달을 원한다. 세계의 다른 구단 관계자나 에이전트들이 내 연봉을 보고 놀라더라. 그러나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위해 연봉 삭감은 감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꿈꾸는 올림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올림픽이 미뤄졌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올림픽이 미뤄졌다고 들었을 때 씁쓸했다. 그래도 안전과 건강이 중요한만큼 충분히 받아들였다. 내년에 하는 것도 준비하는 과정에 여유가 생겨서 더 단단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오랜만에 뛰게 된 V리그가 어떻게 변한 거 같나.
"제가 11년 전에 뛸 때는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배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환경적으로 굉장히 좋아졌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를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는데, 자유계약 제도로 바꾸면 어떨까. 그러면 훌륭한 선수들이 V리그에 오고 그 선수들에게 배우는 게 있을 것이다.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서 같이 배구하면 한국 배구 수준이 더 올라갈 것 같다."
-11년 동안 해외 생활 어땠는지.
"11년이라고 하니까 엄청 오래된 것 같다. 해외에서 배운 게 많은데 그중에 프로정신을 특히 알게 됐다. 그 안의 시스템, 훈련 방식, 전술 등도 배웠다. 배구선수로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터키에서 돌아온 후, 자가격리 2주 어땠나.
"자가격리 2주 상당히 힘들었다. 1주일은 대청소하면서 금방 갔다. 남은 1주일은 시간이 잘 안 가서 드라마, 영화 등을 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덕분에 챌린지를 지목해 주셨는데 정말 영광스러웠다. '내가 지목받아도 되나'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이제 한국에서 살게 됐는데.
"쇼핑할 때 눈에 들어오는 게 많다. 집에 짐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이 사는 듯한 분위기가 생겼다. 스스로도 여유가 생겼다. 예전에는 잠시 들어와서 스케줄이 빡빡했는데. 지금은 부모님, 언니들도 옆에 있고 좋다."
-1년 계약인데, 다시 해외 진출하나.
"이번에 복귀 결정하면서 내년 생각은 할 겨를은 없었다. '올해 잘해서 내년 올림픽을 잘 준비하자'만 생각했다. 내년 이후 행보에 대해 의문점이 많겠지만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소월로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 열린 흥국생명 복귀 기자회견에서 박미희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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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견제하는 팀이 있나.
"국내 복귀 결심하고 팀 전력 따져봤는데 모든 팀이 강하더라. 기업은행 같은 경우는 올해 팀에 새로운 선수 영입해서 변화가 있을 것이고. 현대건설은 원래 잘하지 않았나. 이번 시즌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우리 팀이 강한다면, 다른 팀들도 준비를 잘 할 것이라서 한국 배구를 위해 더 좋을 것 같다."
-흥국생명이 우승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스포츠라는 게 쉽지 않다. 말만큼 쉬우면 대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경기는 다르다. 무실세트, 전승 우승 등의 단어는 아직 조심스럽다.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나머지 5개 팀 팬들은 걱정하고 있다.
"우선 흥국생명 팬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머지 팬들은 걱정하시지만, 경기장에서 제가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 또 좋아하실 것 같다. 저는 최대한 열심히 해서 다른 팀 팬들도 흥국생명 팬으로 만들겠다."
-김수지(기업은행), 양효진(현대건설) 등 친한 선수와 다른 팀이 됐는데.
"김수지, 양효진은 복귀에 대해 환영했다. 그러나 적으로 만나는 건 싫어하는 것 같다. 하하. 아직 흥국생명 선수들하고는 인사를 못해서 (이재영, 이다영) 선수들과 이야기를 못했다."
-개인 타이틀 욕심은.
"개인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다. 받을 건 다 받았으니까. 팀이 우승하는 게 가장 큰 목표가 될 것 같다. 더 크게 생각하면 내년 올림픽 메달이 간절하다."
-선수단에서 어떤 리더십 보여줄 것인가.
"지금 현재 팀 주장이 김미연이다. 김미연 선수를 잘 따르는 언니가 되겠다. 센 언니 이런거 없고 선수들하고 잘 화합해서 하겠다."
-이재영, 이다영과 같이 호흡을 맞추는 게 올림픽에 어떤 도움이 될까.
"올림픽 이야기 많이 했지만, 올림픽은 내년이다. 그래서 올림픽에서 할 것을 팀에 맞춰보겠다는 건 아니다. 우선 팀을 위해 호흡을 맞추고. 그 후에 대표팀에 가서 거기에 맞춰서 훈련하겠다. 그래도 같은 팀에서 뛰면 호흡 면에서는 장점이 클 것 같다."
-현재 몸 상태와 체력적은 부분 준비는.
"30대 중반 아니다. 만 32세다. 30대 초반이다. 하하. 몸 상태 좋은 편이다. 비시즌이다 보니까 휴식, 치료, 웨이트 트레이닝 잘하고 있다. 복귀한다면 근육량 늘리고 선수들과 호흡 잘 맞춰서 경기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
-구체적으로 흥국생명 훈련에 언제 참여하는가.
"아직 시기는 미정이다. 박미희 감독님과 이야기 해보겠다. 방송은 비시즌이기도 하고, 배구 활성화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연습에 지장없는 한에서 방송 출연을 하겠지만,시즌이 다가오면 훈련에 집중할 것이다. 유튜브 '식빵언니 김연경'은 40만 구독자가 있어서 계속 할 생각이다."
-지도자 계획은 있나.
"내년도 아직 생각 못하고 있는데...지도자, 방송, 행정 등 여러가지 방면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단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 것에 집중하겠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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