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만나 “대표 임기 2년 채울 것”
당내 ‘당권·대권 분리’ 공감대 확산
이낙연 당권 도전 여부 시험대 올라
8월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준비위는 이낙연·김부겸·홍영표(왼쪽부터) 등 당 대표 후보군으로부터 전대 룰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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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9일 우원식 의원을 만나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가 되면, 대권 도전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여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이낙연·김부겸 두 사람의 출마로) 전당대회가 대선의 전초전처럼 되는 것은 불편하다”는 취지로 말하는 우 의원에게 이런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단, ‘당 대표에서 떨어져도 대선에 나오지 않는다’는 식의 언급은 아니었다고 한다. 김 전 의원과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 대표 임기 2년을 채우겠다’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금주 중 친문(친문재인) 그룹의 당권 주자인 홍영표 의원도 만날 예정이다.
김 전 의원의 일종의 대권 포기 가능성 시사는 ‘배수진’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김 전 의원이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서면 이제 시험대에 서는 것은 이낙연 의원”이라며 “당권 도전 여부와 명분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김 전 의원은 호남 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일부 친문 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대권 카드 중 하나였다”며 “유력한 경쟁자가 당권을 위해 대권을 포기하겠다고 하면 둘 다 갖겠다는 이 의원에 대한 당내 거부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의 대선 도전 포기 가능성이 다른 당권 주자인 우 의원과 홍 의원을 연쇄 접촉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점도 이 의원에게는 압박이 될 수 있다. 두 사람이 이미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이 당권 도전으로 기운 이후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대권 주자 당권 불가론”을 역설해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이 의원이 출마 선언을 미루는 과정에서 당내에 당권-대권 분리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는 상황은 점점 더 부담이 되고 있다”며 “대권을 포기할 순 없을 테고, 당권을 포기한다면 눈치만 보다 카드를 내려놓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일단 대외 행보를 이어가며 접촉면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향은’ 토론회 축사에서 최근 질병관리본부의 청(廳) 승격 내용 등을 담은 정부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연구기관을 다른 데로 옮기려고 한다든가, 인원과 예산을 오히려 줄이려 한다는 해괴망측한 시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질본의 감염병 관련 주요 연구조직을 복지부가 가져가는 ‘무늬만 승격’이란 비판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게 된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당권 주자들 간의 기싸움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차기 당권·대권 후보 선출과 관련한 규정 마련에 돌입했다. 이해찬 당 대표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이번 전당대회는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을 다루는 장”이라고 말했다.
전준위는 안규백 위원장을 포함한 15명의 현역 의원과 5명의 원외 인사로 구성됐다. 총 6개의 분과로 나뉘는데, 진성준(기획)·김경협(총무)·한정애(조직)·정필모(홍보)·최기상(당헌당규당무발전)·유기홍(강령정책) 의원이 각 분과위원장을 맡았다. 안 위원장은 “속도보다는 방향을 잘 잡고 가겠다”며 “단기 사안과 현안에 국한되지 않고 당 운영을 위한 향후 100년을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전준위는 당헌 개정을 통해 당 대표의 거취와 관계없이 최고위원의 임기 2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당헌을 개정할 방침이다.
정진우·김홍범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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