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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구속 갈림길’ 이재용... ‘범죄 중대성’ 두고 공방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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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재계 1위 기업 총수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 풀려난 후 2년 4개월 만에 다시 법원의 구속 심사를 받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대해 1년 7개월간 장기 수사를 벌인 검찰과 다시는 총수 구속으로 경영 공백 사태를 겪지 않겠다는 삼성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양측의 주장의 첨예하게 맞붙는 만큼,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오전 10시30분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다. 검찰은 지난 4일 이들을 자본시장법 위반과 외부감사법 위반,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400여권의 수사기록과 각 피의자별 청구서 150여쪽 등 상당한 분량의 자료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범죄의 중대성’ 입증이 구속 여부 관건

이 부회장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사실상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검찰이 이 사건의 중대성을 얼마나 법원에 소명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고, 검찰도 이 기간 동안 범행을 입증할 증거를 대부분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형사소송법 제70조에서 구속 사유로 정한 주거 불안과 증거 인멸, 도주의 우려는 없다고 볼 만하다.

같은 법에 따라 법원은 구속 심사에서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할 수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향상을 위해 계열사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계획하고 진행한 것으로 결론은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는 시세조종에도 관여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국내 재계 1위 그룹의 총수이고,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7조원대에서 19조원대로 부풀렸다는 점 등을 종합해 사안의 중대성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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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게 걸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뉴시스


반면, 삼성 측은 합병 전반에 대해 지시나 보고가 없었고 검찰의 수사를 증명할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피의자인 이 부회장이 이번 범행과 관련 없기 때문에 구속 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나아가 법원이 이 부회장의 범행이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판단하면,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다는 논리를 펼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학계 등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슈가 범행이 아니라 단지 회계 처리 방식의 차이에 기인한다는 분석을 근거로 들 수 있다. 더불어 이 부회장이 최근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한 것을 들어 피의자가 범죄 성립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투고자 한다는 점도 주요 기각 사유로 짚을 것으로 보인다.

영장실질심사를 하는 원 부장판사는 지난 2월부터 영장전담 판사 업무를 맡아 참고할 사례가 많지 않지만, ‘박사방’ 조주빈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우리 사회에 왜곡된 성문화를 조장해 ‘사안이 엄중’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놓고 원 부장판사가 순수한 구속사유는 물론 ‘범죄의 중대성’ 역시 주요 구속사유로 고려하는 판사라고 풀이할 수 있다. 결국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검찰과 삼성이 사안의 중대성을 얼마나 어필하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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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어려워”... 경제논리도 변수

이 부회장 구속 여부에는 법리 외에 경제 논리도 개입돼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1인자라는 점 외에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상황이 함께 나쁘다는 현실이 주로 거론된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이 경영 공백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고, 이것이 한국 경제에 회복 불가능한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이날 입장문을 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주역이 돼야 할 삼성이 오히려 경영의 위기를 맞으면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측이 경제 위기를 토대로 이 부회장의 불구속 필요성을 언론과 국민에게 호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 역시 삼성의 여론전과 이로 인해 형성되는 여론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이 또한 영장실질심사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 결과는 이르면 8일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이 부회장은 2년 반 만에 다시 구치소에 수감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이 요청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도 사실상 무의미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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