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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코로나 속 미국 실업률 '깜짝' 하락… 사실인가, 통계 오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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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미국의 5월 실업률이 13.3%로 4월 당시의 14.7%보다 더 떨어졌다고 미 노동부가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미국의 5월 실업률이 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5월에 비농업 부문 일자리도 당초 750만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었으나 오히려 250만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고용 시장이 급속하게 호전되고 있으며 코로나19에 따른 미국 경제 추락이 이미 멈췄고,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경제가 V자형이 아니라 로켓처럼 반등하고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올 3, 4분기에 연율 기준으로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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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 주 노스 잭슨에서 한 남성이 'WIN 잡 센터'의 유리문 뒤 경비원으로부터 실업수당 신청서를 건네받고 있다. 노스잭슨 AP=연합뉴스


미국 노동 시장의 갑작스러운 반등 이유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LBS)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지원하려고 통계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미국 언론이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네 차례에 걸쳐 2조 8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동원한 것이 실업률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6월 실업률에 반영될 것으로 보았으나 이보다 일찍 효과가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미국 노동부의 실업률 통계가 실업자 분류상 오류로 인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보도했다.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서 5월 실업률이 13.3%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16.3%라고 WP가 전했다. BLS가 고용지표를 발표하면서 분류상 오류가 있다고 인정했고, 이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실업률은 약 3%포인트 더 높을 것이라는 특별 주석을 달았다고 WP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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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경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5월 일자리가 깜짝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발표된 데 반색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이번 실업률 통계에서 실업자로 분류됐어야 할 사람이 취업자로 처리됐다. BLS가 ‘일시적 실업자’로 분류해야 하는 근로자 일부를 취업자 범주의 ‘다른 이유로 직장 결근’이라는 항목으로 분류했다. 이 항목은 보통 휴가, 배심원 출석, 아이나 친척 돌봄을 위해 직장에 나가지 않는 취업자를 규정한다. 코로나19로 실업 상태로 집에 머물며 직장 복귀를 기다리는 근로자 중 일부가 이 항목에 포함돼 실업률이 실제보다 낮아졌다. 이 오류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 해고나 무급휴직이 시작된 지난 3월부터 계속됐고, 이 오류가 없었다면 3월 실업률은 BLS가 발표한 4.4%가 아닌 5.4%이고, 4월 실업률은 14.7%가 아니라 19.7%에 달했을 것이라고 WP가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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