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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대만서 밀려나는 ‘친중파’…대선 후보 한궈위, 시장직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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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궈위 가오슝 시장, 탄핵 투표 97% 찬성

1년 반만에 시장직 잃어…"밝은 미래 기원"

이데일리

한궈위 가우슝 시장이 6일 탄핵 소환 투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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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대만(타이완) 대선에서 ‘친중파’ 후보로 꼽혔던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이 탄핵당해 시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7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은 전날 진행된 한궈위 가오슝 시장 탄핵 여부를 묻는 소환 투표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가오슝시의 유권자는 229만여명으로 이 중 96만9259명(투표율 42.14%)이 투표에 참여했다. 무효표를 제외한 유효 투표 96만4141명 중 93만9090명이 찬성을, 반대는 2만5051표(2.6%)에 그쳤다.

한 시장이 지지층에 투표 보이콧을 호소하면서 한 시장 지지자들이 투표에 불참한 탓에 찬성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대만의 선거파면법 등에 따르면 소환 투표에서 파면 찬성이 반대보다 많고, 파면 찬성자가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을 넘으면 해당 지차체장은 파면당한다.

시민단체 ‘위캐어(Wecare)가오슝’는 한 시장이 당선된 직후 중국국민당(국민당) 총통 후보로 대선에 나가 시정에 소홀했다면서 한 시장 소환 투표를 발의했고, 가오슝시 유권자의 10%가 넘는 37만7000여명이 동의 서명에 참여해 소환 투표가 이뤄지게 됐다.

이로써 한 시장은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1년 반 만에 시장직을 잃게 됐다. 대만 역사상 유권자에게 중도 소환된 지방자치단체장은 한 시장이 처음이다.

한 시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투표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추진하려던 사업이 많았지만 계속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유감이라면서도 가오슝의 밝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했다.

다만 한 시장이 여전히 탄탄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입지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통신사는 “비록 한 시장이 파면 당했지만 지지자들은 그의 정치적 자산”이라며 “내년 국민당 주석 선거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제살리기’를 내세우며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텃밭이던 가오슝시에서 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여세를 몰아 대권 도전에 나섰고, 한때는 차이 총통을 압도하는 지지율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대만 내 반중 정서가 급속히 고조되면서 중국 정부를 적대시하면 대만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한 시장의 주장은 대만 민심을 사로잡지 못했다.

한 시장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국가 두체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초기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다가 지지율 하락을 겪었고, 이후 국민당은 “중국의 일국양제에 반대한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파면 결정은 앞으로 7일 이내 가오슝시 선거관리위원회의 공고를 통해 확정된다. 파면이 확정되면 6개월 이내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차이 총통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결과에 모든 정치인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인민이 부여한 권력은 당연히 다시 인민이 거둬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견해가 달라도 평화적으로 표출하는 것이야말로 대만 민주주의의 가장 위대한 점”이라며 “대만 사회가 빠르게 단결해 새로운 도전에 대응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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