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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김현아의 IT세상읽기]트럼프발 인터넷 위기, 한국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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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의 면책조항을 없애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구글이 위기에 빠졌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연방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제230조에 따라 인터넷 기업들은 그동안 자신의 플랫폼에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의 내용에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됐는데, 5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230조를 손보겠다고 한 것이죠. 트럼프는 “SNS 기업들이 더는 법적 책임에 대한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며 입법까지 추진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런 행동이 트럼프에게 유리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말 230조 폐기법까지 만들어지면, 트위터나 페북은 소송 당할까 염려해 그의 글을 가릴 가능성이 많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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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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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감정적 보복

그래서 이번 사태는 트위터에 대한 트럼프의 ‘감정적 보복’으로 이해됩니다. 트위터는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시민 사망 시위와 관련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는 트럼프의 트윗을 ‘폭력을 미화한다’는 이유로 가렸죠. 트럼프로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겁니다.

하지만, ‘페이스북(플랫폼)은 진실을 판단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글을 그냥 내버려둔 페이스북도 인터넷 기업에 대한 면책 조항이 사라질까 걱정합니다.

면책조항 사라지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흔들려

왜 그럴까요? 면책 조항이 사라지면 ①인터넷 기업들은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를 관리하는데 더 신경 써야 하고(논란 글들은 지우거나 가려야 하고)②그리되면 네티즌의 방문은 줄고 ③방문한 이용자를 상대로 광고나 커머스 사업을 해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230조 폐기 언급이 표현의 자유 위축을 넘어 인터넷 기업의 밥줄과 직결되는 문제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트럼프 할아버지가 와도 미국이 인터넷 기업 면책 조항을 아예 없앨 순 없을 것으로 봅니다. 1996년 만들어졌으니 일부를 손볼 가능성은 있지만요.

미국 경제를 떠받드는 곳이 구글,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업이고, 면책 조항 폐기 시 모든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정신이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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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17년 4월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모리스 역삼 대연회장에서 열린 미래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디지털경제 국가전략 초청 포럼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에도 인터넷 기업 면책 조항 있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 법률에도 인터넷 기업에 대한 면책 조항이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 등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신고된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임시조치(가리기)하면 이로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죠.

이는 포털 맘대로 콘텐츠의 삭제나 차단을 활성화할 유인을 없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자,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호해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이런 정신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n번방 방지법’에도 포함됐습니다. 디지털성범죄물 유통방지 의무 조치 대상을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로 한정하고, 피해자나 공공기관의 삭제요청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도록 한 것이죠. 인터넷 기업들이 블로그나 카톡같은 사적 공간을 맘대로 모니터링해 차단하는 게 아닙니다.

유해정보 논란 네티즌 반론권은 턱없이 부족

제 생각에는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차단당하거나 삭제당한 콘텐츠를 올린 네티즌들의 반론권이 너무 적다고 생각됩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중앙선대위에 표현의자유위원회(위원장 유승희)를 만들고 △포털의 임시조치(블라인드) 제도를 개선해 ‘댓글 게시자 이의제기 시 블라인드를 중단’하고 △진실적시 명예훼손에대한 위법성 조각 사유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표현의 자유 공약을 발표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죠.

2018년 10월 정치권에서 소위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 논란이 터지면서 아무도 챙기지 않고 있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논의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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