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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코로나 영웅' 정은경에 힘 실어준 문 대통령…'방역 컨트롤타워' 전열 정비 시급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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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질병관리본부 소속 연구기관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기로 한 정부 조직 개편안 전면 재검토 지시 / 질본 '질병관리청' 격상 개판안 놓고 '알맹이 빠진 승격' 비판 쏟아졌기 때문 / 文 재검토 지시, 사실상 국립보건연구원 복지부 이관 백지화하라는 뜻 / 정부 조직 개편, 심도 있는 검토·진지한 논의 전제돼야 / 코로나19 사태 현재진행형…강력한 '전염병 컨트롤타워' 설치 시급 / 장기적으로도 이런 방향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 업무 틈새 메우면서 새 조직 체계 완결성 높여 나가야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질병관리본부 소속 연구기관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기로 한 정부 조직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하는 개편안을 두고 '알맹이 빠진 승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비판론이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 3일 발표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질본을 보건복지부의 외청인 질병관리청으로 분리해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꾀한다면서도 연구 기능은 오히려 없애 '머리 없이 팔·다리만 남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본에서 떼어내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한 뒤 복지부 산하에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번졌다. 감염병 전문가인 한림대 의대 이재갑 교수가 올린 '질병관리청 승격,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글에는 3만명 가까운 동의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는 사실상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을 백지화하라는 뜻이다.

정부 조직 개편은 심도 있는 검토와 진지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 지나친 독립성 강화가 위기 발생 시 보건 당국인 복지부와 방역 당국인 질병관리청 간의 유기적 협조를 저해할 것이라는 복지부의 우려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강력한 전염병 컨트롤타워의 설치가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도 이런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인 만큼 업무의 틈새를 메우면서 새 조직 체계의 완결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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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대응 관련 설명하는 정은경 본부장. 청와대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과 함께 국립보건연구원의 보건복지부 이관을 담은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정부가 확대키로 한 국립감염병연구소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이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센터의 복지부 이관을 콕 집어 다시 검토토록 했고, 정은경 본부장도 감염병 관련 연구기능 확대 필요성을 피력한 만큼 질병관리청 내 감염병 연구 조직 확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감염병뿐만 아니라 난치·희귀질환과 만성질환, 유전체 연구까지 담당하는 보건의료 연구 조직인 국립보건연구원의 역할을 복지부 산하 기관이 아닌 형태로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정부 조직개편안 전면 재검토 지시한 文…정 본부장, 감염병 관련 연구기능 확대 필요성 피력

5일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질병관리본부 소속 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센터가 확대 개편되는 감염병연구소를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이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과 함께 국립보건연구원 등의 복지부 이관을 발표(6월3일)한 지 이틀 만이다.

정부가 이런 내용의 조직 개편 방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한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라는 본래 개편 취지를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저해할 거란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문제가 된 건 현재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있는 국립보건연구원 등(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복지부 이관이다.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면서 감염병 연구 기능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2020년 현재 기준 질병관리본부 정원 907명과 예산 8171억원에서 단순히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조직 및 예산을 뺀 수치(정원 746명, 예산 6689억원)가 마치 질병관리청의 정원과 예산인 것처럼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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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5일 춘추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의 정원과 직제 등은 향후 청 승격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따로 대통령령을 제정해 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실제 행정안전부 등도 향후 질병관리청의 세부 인력 등에 대해선 증원을 전제한다고 지난 3일 브리핑에서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감염병 전문가가 직접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 철회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게시하기도 했다.

◆"복지부에 전문가 얼마나 있다고 보건연구원·감염병연구소 운영한다는 건지"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관리본부 산하기관으로 감염병의 기초연구와 실험연구, 백신연구와 같은 기본적인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본부에서 쪼개서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붙여서 확대해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에 감염병 전문가가 얼마나 있기에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운영을 한다는 말이냐"며 "질병관리본부의 국장과 과장 자리에 보건복지부의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하여 행시 출신을 내려보내던 악습을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하시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는 이런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국립보건연구원 안에 있는 감염병 연구소를 전체 바이러스 연구를 통합해, 산업과 연계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그러려면 복지부로의 이관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던 것인데,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숙고한 끝에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이번 전면 재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전면 재검토 지시와 관련해 정부도 곧바로 추가 검토에 들어간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소의 이관 방안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적 검토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최종적인 정부안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직 구성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질병관리청 내 감염병 연구 조직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내 감염병 연구 조직 대폭 확대될 듯

문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산하 조직인 감염병연구센터 이관 재검토를 분명히 했다.

감염병연구센터는 현재 코로나19 등 신종감염병은 물론 바이러스, 세균, 약제내성, 백신 등을 연구하는 조직이다. 이 센터가 주목을 받는 건 정부가 이 조직을 연구원 내 센터를 넘어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어서다.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공동 단장을 맡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은 감염병 연구개발 컨트롤타워로서 국립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를 2022년까지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백신이나 치료제 등 응용 연구에까지 초점을 맞춰 그에 맞는 인력도 양성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 내 감염병 연구 조직 확대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강조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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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뉴스1


정 본부장은 전날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에 뜻을 같이하는 한편 "질병관리를 잘할 수 있는 역학적인 연구, 모델링이나 예측이나 역학조사 방법론을 개발하거나 감염경로별 역학적인 특성을 분석하고 실태조사하는 등 질병관리본부도 청이 되더라도 연구기능이 필요하다"며 "공중보건연구의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따라 감염병 관련 연구 조직과 인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 본부장의 생각에도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정 본부장 소신에도 더 힘이 실릴 전망

감염병 분야 이외의 국립보건연구원의 역할과 조직 규모도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앞서 정부가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내세운 건 감염병 이외 보건의료 전반에 걸친 독립적 연구개발 컨트롤타워 출범이다. 복지부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이관되면 유전체 빅데이터나 재생의료 관련 연구 분야를 확대해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도 "국립보건연구원의 혁신, 탈바꿈, 개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국립보건연구원도 역할을 훨씬 더 증대할 수 있고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논의에 참여하고 준비하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행안부는 제21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6월 중순께 국회 제출을 목표로 3~9일까지 입법예고한 바 있다.

◆기동민 "질병관리본부 독립, 포스트코로나 시대 여는 첫번째 과제"

한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성북을)은 5일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 개편안을 비판하고, 질병관리본부를 국무총리실 산하 '질병예방관리처'로 승격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출신인 기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질병관리본부가 명실상부한 감염병 위기의 통합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기 의원은 "이번 개편안은 질병관리청이 감염병과 공중보건위기 대응에 있어 전문성과 독립성을 충분히 담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 의원은 질병관리청이 보건복지부 소속 외청인 만큼 보건복지부의 관리와 감독을 받을 수 있어 독립성 침해 여지가 있다고 봤다.

기 의원은 "청은 소속된 부의 외청으로 통제 범위 안에 있지만, 처의 경우 총리령의 제정 및 개정 권한을 가져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시행령도 제안할 수 있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의 최종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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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4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보건당국 관계자가 선풍기를 켜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 산하의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산하로 변경되면서 감염병 싱크탱크(두뇌집단)로서의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감염병 예방 관련 업무가 보건복지부에 존치돼 있다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꼽았다. 무엇보다 현행법상 감염병 재난관리 주관기관이 보건복지부인 만큼 질병관리본부가 승격되더라도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국민 생명·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어…부처 이기주의 용납 안돼

특히 기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질병관리본부의 독립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의 독립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여는 첫 번째 과제다. 정부 내에서 폐쇄적이고 일방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문제에 있어 부처 이기주의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무늬만 청으로 독립시키는 게 아니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감염병 예방·관리·연구·집행 기능이 사실상 질병관리본부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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