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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생활속과학]XX는 여성, XY는 남성?…복잡다단한 성염색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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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 눈에 보이는 특성으로 나타나려면 발현돼야

Y염색체 위의 SRY유전자가 성 분화 결정…'언제나 예외는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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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유전자 검사 없이 자신의 성염색체를 확신할 수 있을까? 100% 확신한다고 답하면 과학적으로는 틀린 말이다. 확신의 근거로 주로 언급할 '외모'와 유전자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자와 실제로 드러나는 '형질' 사이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전자에 담긴 유전정보는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의 역할을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도 보배인 것처럼 세포의 다양한 기관들이 작용해 설계도를 읽고 단백질을 만들어야 유전자에 의미가 생긴다. 이를 유전자 발현이라고 부른다.

Y염색체 위에는 SRY 유전자가 있다. SRY 유전자는 Y염색체 위의 성 결정 유전자(sex-determining region Y gene)를 줄여 부르는 것이다. SRY유전자가 발현돼 만들어진 단백질은 17번 염색체의 SOX9라는 유전자가 활발히 발현되도록 한다. SOX9 유전자는 성염색체가 아닌 상염색체에 있기에 성염색체가 XX인 사람들도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가 활발히 발현되면 고환이 발달하는 등 남성 생식기관으로의 분화가 촉진되고 난소와 나팔관 형성이 억제된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유전학 참고 자료에 따르면 SRY 유전자 돌연변이는 스와이어(Swyer)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XY유전자형을 가졌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성으로 여겨지는 외형을 가지게 된다. 반대로 정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X와 Y가 교차하며 SRY 유전자가 X염색체로 넘어가면 유전자는 XX지만 남성으로 여겨지는 사람들도 있다. 사춘기를 겪는 2차 성징과정에서 자신의 유전자형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몸의 DNA 사슬에는 유전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부분이 대략 98%정도다. 이 부분은 비암호화 DNA 혹은 쓰레기 DNA(Junk DNA)라고 불린다. 이 부분은 유전정보를 저장하지 않지만 유전자가 발현되는 정도와 관련된 인핸서(enhancer), 유전자 발현이 시작되는 프로모터(promoter)등 유전자 발현되는 양과 빈도를 조절하는 부분들도 있다. 프로모터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부분 바로 앞에 있지만 인핸서는 자기가 조절하는 유전정보와 거리가 제각각이라 찾기 쉽지 않다.

2018년 호주의 앤드구 싱클레어(Andrew Sinclair)교수 등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SRY유전자가 만든 단백질 외에도 SOX9 유전자를 조절하는 인핸서가 있다고 발표했다. Y염색체의 SRY유전자가 돌연변이가 없더라도 인핸서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성 발달이 다르게 일어날 수 있다. 이 연구진이 발견한 인핸서 외에도 다른 인핸서가 존재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여기까지는 SRY에 관련된 1차 성징이다. 2차 성징은 각종 호르몬의 작용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다수의 사람과는 다른 성 발달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소위 '안드로겐 불감성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소위 '남성적 신체 특징'을 만들어주는 안드로겐을 만들어내지만 세포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 결과 호르몬은 똑같이 만들지만 형질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 증후군은 10만명당 약 2~5명 정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신이 여성인줄 알다가 주로 사춘기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의 염색체가 XY인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불임 치료를 받다가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의 사례와는 다르게 XYY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이 XY유전자형을 가진 사람과 외형적으로 구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이 어떤 유전자를 가진다고 특정한 성질을 가진다고 바로 연결 지을 순 없다. 특히 남성과 여성처럼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형질은 더더욱 그렇다. 'XY는 남성, XX는 여성'이라는 건 크게 보면 맞지만 가까이 보면 복잡한 문제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유전자에 대한 내용은 유전학의 기초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을 전하기 위해 비교적 단순한 사례인 경우가 많다. 생물학적 남성 혹은 생물학적 여성은 염색체로는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문제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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