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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회사다니면서 안 아픈 곳이 없어요" 입사후 건강 이상 호소하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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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 중 7명, 입사 후 건강이상 경험

전문가 "업무 피로감 등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

아시아경제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입사 후 건강 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3년 차 직장인 김모(28) 씨는 최근 허리통증으로 인해 병원에 다니고 있다. 회사에서 장시간 앉아있다 보니 허리와 어깨 등에 무리가 갔기 때문이다. 김 씨는 "병원에서도 생활습관을 바꾸라고 조언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어 답답하다"라면서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회사 끝나고 운동할 체력이 안 된다. 집에 가서 자기 바쁘다"라고 토로했다.


#1년 차 직장인 허모(26) 씨는 입사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허 씨는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크다 보니 불면증으로 이어졌다. 피로가 누적되고 있음을 느낀다"며 "회사 다니기 전에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취미생활도 즐겼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불릴 만큼 이곳저곳 안 아픈 곳이 없다"며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입사 후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직장인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입사 전보다 건강 상태가 현저히 나빠졌다고 느끼는가 하면, 심리적인 이유로 신체적 이상을 겪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는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연락 등은 사실상 업무의 연장선으로 압박감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입사 후 건강 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4일 직장인 1,9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9%가 '입사 전보다 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직장인들이 앓고 있는 질병으로는 △'목/어깨/허리 통증'(57.7%) △'안구건조증 등 안구질환'(22.3%) △'만성피로'(22.2%) △'급격한 체중변화'(18.5%) △'체력저하'(16.9%)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건강 악화의 원인으로는 '운동부족'(27.3%)이 1위였으며, '상사, 동료로 인한 스트레스'(23.1%), '불규칙한 식습관'(12.3%), '과중한 업무량'(1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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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업무 피로감 등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라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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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들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운동보다는 수면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체력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영향이 크며, 퇴근 후에도 지속되는 업무연락 등으로 인한 부담감 때문이다. 사실상 업무의 연장선으로 압박감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해 9월 50인 이상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첫 실태조사를 한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하는 방식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5곳 중 1곳(20.0%)은 근로시간 외에도 업무연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근 이후 업무 연락을 하는 기업(60곳)은 주로 전화나 문자메시지(90.0%, 중복응답)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40.0%), 이메일 전송(23.3%) 등을 통해 연락했다. 여전히 대다수의 직장인이 퇴근 후나 휴일에도 업무지시를 받는 경우가 많은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직장인들의 건강 이상에는 심리적인 이유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직장인 A 씨는 "회사에 오래 있다 보면 없던 두통도 생긴다"며 "웃긴 건 이런 잔병치레가 회사에서 나가면 말끔히 사라진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업무 피로감 등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라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직장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과한 압박감을 받는 직장인들이 많다"라면서 "업무에서 오는 부담이 신체적·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중한 업무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 상사 등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크다"며 "이런 경우 적당한 수면, 충분한 영양섭취, 꾸준한 운동이 안 지켜지기 때문에 신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퇴근 후에도 업무의 연장선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 여유 없이 그 일에 계속 매여 있는 것도 큰 문제"라면서 "대부분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 보면 무기력감, 더 나아가 우울증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또 만성인 경우 본인이 자각도 못 하는 경우가 생겨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기업의 경우 "억압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아야 한다. 일이 끝나면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근로자의 경우 "여행이나 취미생활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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