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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전주 한옥마을 뺨칠텐데" 철거 위기 놓인 대전역 철도관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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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때 지은 철도인 주거시설

대전역 주변100여채 중 30여채 남아

카페·음식점 들어서며 전국 명소로

재개발지역이어서 관사촌 철거 운명

시민들 "일부 관사촌 살려 명소 만들자"

대전은 1905년 대전역이 건설되면서 생긴 철도 도시다. 하지만 현재 철도 도시를 상징할 만한 문화유산은 별로 없다. 대전역 주변에 남아있는 철도 관사촌이 거의 유일한 유산으로 꼽힌다. 이런 철도 관사촌이 재개발 지역에 포함되면서 보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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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주변에 있는 대전시 동구 소제동 관사촌 카페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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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대전시에 따르면 동구 대전역 주변에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부터 1939년 사이 철도 관사촌(공동 주택)이 건립됐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남관사촌과 북관사촌·동관사촌 등 3개 구역에 총 100여채에 달했다. 이곳에는 건립 초기 만해도 일본인 철도기술자 188명이 거주했다. 이후 철도 기관사·역무원 등 관련 종사자 숙소로 사용됐다.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 때 대부분 파괴되고 지금은 소제동 일대 30여채만 남았다.

대전시는 이곳을 원도심 투어 코스로 활용하고 있다. 2017년에는 근대문화예술특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개인이 관사촌 일부를 사들여 카페나 음식점·전시공간 등으로 개조했다. 카페 등은 14곳에 이른다. 이곳은 점포마다 특색있는 인테리어로 꾸몄다. 또 관사촌 건물 내부에는 일본식 도코노마(다다미방의 장식 공간)와 도코바시라(도코노마의 장식 기둥)·오시이레(붙박이장)등 일제 강점기 주택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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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관사촌 카페 모습. 이 일대에는 14곳의 카페와 음식점 ·전시공간 등이 들어서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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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대전의 대표적인 원도심 투어코스로 자리 잡았다. 소제동 관사촌 살리기 운동본부(운동본부) 이요섭(58) 본부장은 “카페나 음식점이 알려지면서 관사촌은 전국에서 연간 50만명 이상 찾고 있다”며 “이곳은 전주 한옥마을 못지않은 명소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곳”이라고 했다. 운동본부는 관사촌이 헐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 등 100여명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서울에서 관사촌 카페를 찾은 김은정(28)씨는 "마치 과거로 온 느낌이다. 커피 맛도 좋고 주변 운치도 좋다. 이 카페가 옛날에는 철도 승무원들의 숙소였다니 신기하다. 원도심 개발도 좋지만, 보전도 고민해서 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관사촌 주민 한치성(74)씨는 "요즘 반갑게도 이곳(관사촌)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무척 늘었다"며 "카페와 맛집 등의 영향이 크며, 다 없애지 말고 몇 곳은 기념으로 남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사촌의 장래는 그리 밝지 않다. 관사촌을 포함한 소제동 일대는 대전역세권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라 2009년 도시환경정비사업 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일부 주민은 ‘소제동 관사촌 살리기 운동본부’를 만들고 보존 운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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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관사촌 카페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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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회에서도 시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시의회 남진근(더불어민주당·동구1) 의원은 지난 3일 열린 대전시의회 제250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관사촌 일대 재개발을 위한 왕복 4차선 도로 개설로 보존 가치가 있는 다수의 문화유산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며 "대전시가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활용방안을 세워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최근 전국의 주요 도시가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에 활발히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전시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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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관사촌 전경 모습. 이곳에는 일제 강점기에 철도인 거주시설이 들어섰다. 현재 30여채가 남아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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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허태정 대전시장은 “활용이 가능하고 원형 보존 상태가 괜찮은 관사를 선별해 인근 신안2역사공원 부지로 이전해 보존하는 방안을 현재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이전하는 관사는 보수 후에 소제동 철도마을역사관 등 시민을 위한 문화시설로 활용할 계획이고, 공원은 철도를 테마로 한 역사공원으로 조성해서 많은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조성하겠다"고 했다.

반면 관사살리기운동본부측은 “관사를 이전하면 역사성이나 상징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일”이라며 “일부 구역이라도 재개발 지역에서 제외해 관사촌을 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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