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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실망스러운 ‘반쪽’ 개원, 지금이 상임위 갖고 싸울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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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1대 국회가 개원한 5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날 본회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사 진행 발언을 마친 후 통합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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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5일 국회법이 정한 시한 내에 정시 개원을 했지만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집단 퇴장하면서 ‘반쪽’ 개원으로 끝났다. 21대 국회 협치의 시험대로 불렸던 원 구성 협상의 중간 성적표가 반쪽 개원이라니 매우 실망스럽다.

이날 개원은 외형상으론 첫 임시회 일정을 명문화한 1988년 국회법 개정 이후 처음 시한을 지킨 사례다. 하지만 통합당이 본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곧바로 퇴장하면서 빛이 바랬다.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상희 국회부의장 선출은 177석의 더불어민주당과 16석의 소수정당ㆍ무소속 의원만 참여한 채 진행됐다.

민주당은 이날 개원을 ‘준법 국회의 신호탄’‘일하는 국회의 출발점’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야당이 개원을 원 구성 협상의 볼모로 삼아온 낡은 관행을 청산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야당 없이 강행한 반쪽 개원이 해법일 수는 없다. 오히려 야당을 자극해 상임위원장 선출이 더 늦어질까 걱정이다. 연일 계속되는 강공이 177석 거대 여당의 오만과 독주로 비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통합당도 법사위원장은 제1야당이 가져간 게 관례였고 민주당이 야당일 때도 마찬가지였다는 논리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야당 법사위원장이 입법의 발목을 잡았던 비효율을 개선할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제1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되 체계ㆍ자구 심사권한은 국회 법제실에 넘기거나 법사위 심사 기간에 제한을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할 만하다.

제1야당을 제외한 단독 개원은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여야의 정치력이 민주화 이전으로 후퇴했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상임위 몇 개 더 가져가겠다고 싸우다 반쪽 개원 사태를 맞았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반쪽 개원이 파행 장기화로 이어지느냐다. 혹시라도 민주당이 법정시한을 명분 삼아 일방적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생각이라면 접어야 한다. 여당이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면 상생과 협치는 깨질 수밖에 없다. 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해선 안 된다. 21대 국회가 이제 막 첫발을 떼고 있다. 지금은 여야가 협상과 타협, 조정을 통해 보다 생산적으로 의회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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