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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백영옥의 말과 글] [152] 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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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백영옥 소설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3부작을 읽고 그가 매년 두 달씩 호흡 명상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걸 알게 됐다. 많은 사람이 그를 미래 예측의 대가로 생각하지만, 실제 삶에서 그는 미래가 아닌 ‘지금’을 직시하고 있었다. 삶의 최소 단위를 ‘호흡’이라 설정하고 매 순간 자신의 숨을 관찰해 통찰에 이른 것이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해보면 알겠지만 대개의 사람은 들이쉬는 숨이 내쉬는 숨보다 더 길다. 그래서 나는 늘 들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요가 선생님으로 인해 깨졌다.

"요가를 할 때는 의식적으로 날숨에 더 신경 써야 해요. 사람들은 대개 들숨을 생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예요. 날숨이 더 중요합니다. 태어날 때 아기는 '아앙~' 하고 호흡을 터뜨립니다. 죽을 때는 어떻죠? '후흡' 하고 숨을 강하게 들이마시며 죽어요. 아이러니하죠."

호흡 명상을 해보면 감정이 진동을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므로 들숨보다 내보내고 비우는 날숨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호흡법은 내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매 순간 내가 숨을 들이켜듯 더 많이 얻고, 채우고, 느끼려는 자세로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곳에 도달하려면 예전과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전과 같은 행동은 전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제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말을 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배런 밥티스트의 책 ‘나는 왜 요가를 하는가’에서 이 문장을 발견했을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말을 해야 내가 변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요가를 하면서 많이 하게 되는 말은 ‘못 해. 할 수 없어’ 같은 말이다. 이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으면 내 몸은 그 말을 기억하고 말에 갇힌다. 습관은 요가뿐 아니라 삶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들숨을 마시듯 채우고 말겠다는 관성으로 사는 한 내 몸 안에는 어떤 공간도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다. 빽빽한 도심 사이 숲이나 공원처럼,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실은 가장 중요한 그 빈 공간 말이다.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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