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조합 돈은 눈먼 돈" 주택조합 만든 일당, 500억 뜯어 흥청망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을 내걸고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 200여명으로부터 최소 91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형사부(부장 한태화)는 이러한 혐의(사기 등)로 상계3구역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 A(73)씨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B(54)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란 현재 무주택자이거나 전용면적 85㎡ 이하인 집 한 채만 가진 사람들이 조합을 만들어 직접 토지를 사들이고 건설사와 시공 계약을 맺어 아파트를 짓는 방식으로, 일반 분양 아파트보다 집값이 15~20% 정도 싸다. 조합 설립 조건은 '사업을 승낙한 땅 주인들 소유 토지가 사업 지역 전체 토지에서 차지하는 면적 비율(승낙률)이 80% 이상'이다.

A씨 등은 2017년 7월 승낙률이 1.9%에 불과한 상태에서 "토지가 66% 이상 확보됐다"고 주장하며 조합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또 도시계획상 7층 이하 아파트만 가능한데도 "25층 아파트를 짓는다"며 모델하우스를 차려놓고 손님들에게 아파트 동·호수까지 지정해줬다. 여기에 속은 사람들은 3000만~1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조합원이 됐다.

A씨 등은 이렇게 모은 돈을 빼돌려 고액의 사채 변제, 새로운 주택조합 사업 자금 등으로 유용하고 호화 생활도 했다. 이전에 다른 3개 지역에서 실패한 조합 사업 합의금을 물어주는 등 '자금 돌려막기'도 했다. 이들의 휴대전화에서는 자기들끼리 "조합 돈은 눈먼 돈"이라고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발견됐다.

검찰은 전체 피해 규모가 5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한다. 공소장에 적힌 91억원은 일당을 고소한 피해자 246명으로부터 뜯어낸 금액만 계산한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 확보율이나 인허가 진행률을 속여 조합 설립 추진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사례는 계속 있어왔다"며 "조합원 가입 전에 관할 구청 등에 확인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건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