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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사설]21대 국회 ‘반쪽 개원’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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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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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본회의가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반쪽으로 열리고 있다. /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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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가 5일 개원(開院)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합의 없이 열린 본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곧바로 퇴장했다. ‘반쪽 개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야당들과 함께 표결로 국회의장에 민주당 박병석 의원, 민주당 몫 국회부의장에 김상희 의원을 선출했다. 통합당 몫 부의장은 선출되지 못했다. 당초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개원연설도 이뤄지지 못했다. 달라진 국회를 기대했던 시민들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여야의 남 탓도 여전했다. 통합당은 1967년 제7대 국회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잘못된 관행은 청산해야 한다며 국회법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짊어진 21대 국회의 첫걸음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5일로 시한이 정해진 원구성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서라도 ‘준법 개원’의 모범을 만들자는 것이다. 일견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177석 공룡여당이 제1야당을 끝내 설득하지 못하고 개원을 강행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화 이후 여야가 지켜온 관행을 몽땅 구태로 취급하는 것은 독단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태도 역시 협치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81석 소수 야당으로 추락했던 18대 국회 때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힘센 쪽에서 먼저 양보할 때 협치의 길이 열린다.

통합당도 ‘반쪽 개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통합당은 여야가 함께 개원부터 하고 원구성 협상을 계속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원구성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개원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관행을 이유로 법을 무시하는 행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지만, 그게 평행선을 달리면 다수결을 따르는 게 민주주의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여야를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이끌 의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박 의장은 계파에서 자유롭고, 유연한 태도로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스로도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의회주의자라고 했다. 박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21대 국회의 기준은 국민과 국익”이라고 했다. 양당 원내대표와의 상견례에서는 7일 원구성 담판을 갖기로 하고, “뭘 양보할지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국회법이 정한 원구성 시한은 8일이다. 타협을 통해 입장차를 극복하는 게 정치다.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역지사지는 필수다. 그게 없으면 협치 약속도, 달라지겠다는 선언도 헛구호에 그칠 것이다. 여야는 더 이상 시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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