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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책의 향기]아메리칸 드림은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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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틀랜드/세라 스마시 지음·홍한별 옮김/424쪽·1만8000원·반비

동아일보

소셜미디어가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이고 있다. 먼 한국 땅에서도 암울한 미국의 분위기가 물리적 거리와 시차를 넘어 고스란히 전달된다. 타인의 고통에 침묵하지 않고 동조하며 이를 알리는 시민들의 존재가 미국을 지탱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을 직시하며 소신껏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 말이다.

저자는 ‘레드넥(redneck·미국 남부의 빈곤한 백인 농민, 노동자를 비하하는 말)’의 딸이다. 캔자스의 시골 농장에서 태어난 그는 ‘균등한 기회’ ‘낙수효과’ 등으로 일컬어지는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자신의 삶으로 고발한다.

그의 주변인들은 10대에 임신하고, 뼈 빠지게 일하며, 의료보험 없이 신이 부르면 죽음을 맞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라는 미국의 중심에서 동떨어져, 일할수록 가난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삶이다. 주어진 대로 살았더라면 자신도 10대에 낳게 됐을 가상의 아기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로 책은 전개된다.

이 책을 ‘백인 빈곤 여성’의 범주로 한정시키는 것은 또 다른 인종주의로 느껴진다. 이러한 분류를 넘어 차별과 배제의 시스템을 고발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읽고 싶다. ‘흑인의 삶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집회에 흑인만 참가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들의 움직임은 결국 인종을 넘어 소외된 모든 이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 위한 것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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