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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북한 "갈 데까지 가보자"…남북연락사무소 폐지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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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북한이 남한 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지 않을 경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폐지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정부가 전단 살포에 대한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은 셈이다.

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5일 발표한 담화에서 "남쪽으로부터의 온갖 도발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남측과의 일체 접촉공간들을 완전 격폐하고 없애버리기 위한 결정적 조치들을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며 "첫 순서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있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31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해 4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담화에서 김 제1부부장은 남한 당국이 이들의 행동을 막지 않을 경우 남북 군사 합의를 파기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등 남북 간 협력 시설을 철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당일 계획에 없던 촬영이 가능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전단살포가 접경지역 긴장 조성으로 이어진 사례에 주목해서 여러 차례 전단살포 중단에 대한 조치를 취해왔다"며 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법률 정비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 정부의 입장이 발표된지 하루만인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 정부의 이같은 태도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대변인은 "'통일부' 대변인이 '탈북자'들이 날려 보낸 삐라(전단)의 대부분이 남측지역에 떨어져서 분계연선(군사분계선) 자기 측 지역의 생태환경이 오염되고 그곳 주민들의 생명과 생활조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삐라살포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가을 뻐꾸기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며 남한 정부가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고 지적헀다.

그는 또 "저들이 오래전부터 대치계선에서 긴장조성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삐라 살포 방지 대책을 취해왔고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 방안도 검토하던 중이라며 마치 아차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듯이 철면피하게 놀아대고 있다"며 남한 정부가 전단 살포를 중단시키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쏘아 붙였다.

대변인은 대북 전단 살포가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금 남조선(남한) 당국은 이제야 삐라 살포를 막을 법안을 마련하고 검토 중이라고 이전보다는 어느 정도 진화된 수법으로 고단수의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데, 그렇다면 결국 그런 법안도 없이 군사 분계연선 지역에서 서로 일체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군사 분야의 합의서에 얼렁뚱땅 서명하였다는 소리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미 김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밝힌 개성공단과 연락사무소 폐쇄에 관련한 검토에 착수했다면서 "남쪽에서 법안이 채택되어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대변인은 이어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차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며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직시하면서 대결의 악순환속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 우리의 결심이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언제나 곧바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한 정부가 김 제1부부장의 담화를 사실상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전단 살포를 막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었음에도 북한이 이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으면서, 전단 살포 문제를 둘러싼 남한 정부의 국내 정치적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한은 남한에서 김 제1부부장의 담화를 두고 "남측이 먼저 교류와 협력에 나서라는 숨은 메시지"가 담겨있고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바라는 것 같다고 분석한 남한 내 의견에 대해 "헛된 개꿈"이라고 일갈했다.

또 북한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구체적인 직책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이라고 밝혀 김 제1부부장이 북한 내에서 남한과 관련한 사항을 다루는 총책임자임을 확인했다. 김 제1부부장은 올해 3월 3일 남한을 비난하는 본인 명의의 첫 담화를 발표하며 대남관련 사안에서 본인의 위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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