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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매경춘추] 맬서스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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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8세기 후반 서유럽에서 주류를 이루던 계몽주의 사상은 산업혁명과 과학 발달에 힘입어 인류가 더없이 번영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저서 '인구론'에서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1, 2, 3, 4, 5…)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인구는 기하급수적(1, 2, 4, 8, 16…)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예측했다. 토지 자원은 한정된 만큼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류는 지난 200년 동안 부의 측면에서는 번영하고 있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도 않았고 화학비료, 농기계 사용, 종자 개량 등에 힘입어 농업 생산량은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그렇다고 인류가 맬서스의 저주(?)를 완전히 떨쳐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전히 세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상기후 등으로 농업 생산량 변동성은 확대되고 있다. 한국 농업·농촌 현실도 녹록지 않다. 농가 고령화로 '지역 소멸'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고 규모의 영세성, 경작면적 축소, 식량 안보 위협 등 많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비록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지만 희망의 징후도 보인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늘어나는 젊은 농부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고 저마다 꿈을 실현하고 있다. 귀농 초기 수많은 시행착오를 이겨내고 고정관념을 탈피한 특색 있는 농축산물을 선보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홍보하고, 온라인 직거래에 뛰어드는 등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무장한 농업의 변화와 혁신도 빨라지고 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접목한 스마트팜(Smart Farm)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스마트팜 농가는 빅데이터에 근거한 과학적 영농 방식을 도입하고,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재배시설의 빛, 온도, 습도 등을 원격 제어한다. 이로 인해 인건비 절감, 품질 향상, 생산량 증가 등 농업 생산성이 가시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드론, 로봇 등 최첨단 농기계가 농촌 풍경을 바꿔놓을 것이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농식품벤처 창업과 스마트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NH농협은행도 스마트팜 농가를 대상으로 연 금리 1%대 자금 지원, 전문가 농업컨설팅 제공 등 '디지털 농협'을 구현하기 위해 전행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농업·농촌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인과 국민이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도록 필자와 농협 임직원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손병환 NH농협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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