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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입법 남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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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5일 개원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177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독주와 독선에 대한 걱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 개원 협상에서 일방적인 태도를 보인 여당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여러 가지 법률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위협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처벌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3일 밝혔다. 또 양향자 의원 등 31명은 1일 '역사왜곡금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5·18과 4·16 세월호 참사 등을 특정한 뒤 이들 사건을 부인·왜곡하거나 피해자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된 5·18을 왜곡·폄훼하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고 그로 인해 사회 갈등이 유발되는 것도 개탄스러운 일이다. 허위사실 유포 또는 명예훼손 행위는 현행 형법으로도 징역 5년까지 처벌할 수 있는 만큼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몇몇 사건을 따로 지목해서 왜곡 행위를 특별하게 처벌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렇다면 '5·18을 왜곡하는 것은 큰 범죄이고 4·19를 왜곡하는 것은 작은 범죄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더구나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왜곡·비방의 한계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학문적으로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법 또는 사법기관 판단으로 왜곡·비방 여부를 따져서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유신헌법 시대 긴급조치와 다를 바 없는 기본권 침해가 염려된다. 탈북민단체가 북한에 전단을 살포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도 통일부가 준비 중이라는데 이 또한 표현의 자유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5분의 3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해 법률안 통과를 좌우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아무런 법률안이나 마구 제정·개정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준수하고 국민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입법권이 행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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