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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코로나 영웅이라 치켜세우더니 이젠 홀대…병원이 살아야 환자도 살아…대책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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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감염 차단’ 애쓴 대구 의료기관들 경영난 호소

[경향신문]

경향신문

지난달 13일 대구시의사회 간부 10여명이 대구시청 앞에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지역 병원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시의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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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급 병원 절반이 매출 반토막
“봉사로 진료 못하자 환자 줄어”
요양급여 상환기간 연장 등 요구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에서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한 의사는 정부와 대구시의 대책을 촉구하며 삭발시위에 나섰고, 대구시의사회도 동조하고 있다.

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 입구에서 흰 가운을 걸친 노성균 대구북구의사회 회장(57)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 지역 병원을 살려달라”면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노 회장은 지난달 12일 대구시청 앞에서 삭발을 한 뒤 시청과 건강보험공단 대구본부를 옮겨다니며 24일째 팻말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의사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일 때는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더니 이제는 거들떠보지도 않네요.”

대구지역 의사 1000여명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 2월 말부터 일반 진료를 줄이고 앞다퉈 자원봉사에 뛰어들었다. 의심증상 환자 검체채취, 생활치료센터 확진자 진료, 자가격리자 관리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았다. 노 회장도 지난 3월 중순부터 한 달가량 자가격리자 전화모니터링 자원봉사를 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진료와 자원봉사 등에 참여한 지역 의료계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점이다. 노 원장의 병원은 대구에서 항문외과 전문병원으로 꽤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자원봉사에 투입되면서 환자를 보지 못했고, 외출자제령으로 환자가 줄어 올 2~4월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60%가량 떨어졌다. 간호사 등 직원 35명의 월급을 마련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병원이 경영난을 겪자 직원들은 스스로 고통분담을 자청했다. “모든 직원이 직급별로 월급을 10~30% 삭감하겠다는 연명서를 들고 왔더군요. 그걸 받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는 직원들에게 고통을 전가할 수 없어 연명서를 반려했다고 한다.

대신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해 매달 1억3000만원씩 5개월분(2~6월)을 선지급 받았다. 공단은 병원 경영을 돕기 위해 각 병원의 지난해 월평균 매출을 계산해 선지급했다. 요양급여는 8월부터 나눠 갚는 조건이다. 노 원장은 매출액이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8월부터 갚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 운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요양급여 상환기간 연장과 금융기관의 장기 저리융자를 호소한다. 당장 선지급된 돈을 갚게 되면 결국 경영난으로 병원들이 폐업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지역 의료기관 매출은 반토막났다. 대구시의사회가 지역 의원급 병원 102곳을 대상으로 지난 3월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의사의 체면과 자존심은 사치에 불과하다”면서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노 회장이 손팻말을 든 이튿날 대구시의사회 소속 간부 10여명도 동조 시위에 나서는 등 힘을 보탰다.

대구시는 의료계 요구에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재동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요양급여 상환 연기는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시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복지부에 의료계 요구는 충분히 건의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 회장은 시와 정부가 병원 사정에 대해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이 살아야 환자도 산다”면서 “지금처럼 의사와 병원을 홀대하면 앞으로 누가 감염병 퇴치에 나서겠느냐”며 대구시와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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