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7함대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지스 시스템을 갖춘 구축함 ‘USS러셀’호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히면서 사진 3장을 함께 공개했다. 통과 이유에 대해서는 “인도·태평양의 안전을 지키는 임무 수행”이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이 4일을 선택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중국을 향한 여러 가지 경고가 내포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톈안먼 사태를 부각시켜 중국의 약점을 공략하면서 중국 정부를 향해 최근 반중(反中) 시위가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홍콩에 강경 대응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이 4일(현지 시간) 톈안먼 31주년과 관련해 “중국 헌법에 따라 모든 중국인에게 보장된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인종과 종교 소수자를 조직적으로 탄압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대만 중앙통신은 미 구축한의 대만해협 통과를 “대만을 상대로 군사 압박 강도를 높이는 중국에 대해 미국이 견제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이 ‘눈엣 가시’처럼 여기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집권 2기 취임식 이후 미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군은 최근 실제 포탄을 발사하면서 대만을 상정한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섬 상륙 훈련을 벌였다.
국제 사회에 대만해협이 ‘항행의 자유’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보고 있으며 대만해협을 중국 영해로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함정이 대만해협을 지나는 것은 그 자체로 무력시위 성격이 크다. 미국은 대만해협의 자유로운 항행 보장을 위해 정기적으로 함선을 통과시켜왔다. 과거에는 연례행사처럼 진행됐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올해만 7번째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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