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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윤석헌 금감원장의 야심작 '키코 배상'… 은행들 줄줄이 거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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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의욕적으로 추진한 키코(KIKO)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을 은행들이 줄줄이 거부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각 은행 이사회는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사안에 대해 배상할 경우 배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DGB대구은행은 금감원의 외환파생상품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5일 결정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이 키코를 불완전하게 판매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배상금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산업은행, 씨티은행이 조정안을 거부한데 이어 신한, 하나, 대구은행까지 거부하면서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조정안을 수용하게 됐다.

조선비즈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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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측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복수 법무법인의 의견을 참고해 은행 내부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친 심사숙고 끝에 수락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측도 "장기간의 심도깊은 사실관계 확인 및 법률적 검토를 바탕으로 이사진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조정결과의 불수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은행은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기업 중 금감원이 자율조정 합의를 권고한 추가 기업에 대해 "은행협의체 참가를 통해 사실관계를 검토, 적정한 대응방안을 성실히 논의하겠다"고 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들 은행이 판매한 키코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은 큰 피해를 봤다. 이들 은행은 사기 혐의로 고발됐지만, 2013년 최종 무혐의 처리됐다. 그러나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키코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고, 1년 6개월 만에 분조위를 열고 배상 비율을 이끌어냈다.

키코 조정안을 유일하게 수용한 우리은행은 배임 우려에도 금감원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불완전하게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나자 올 초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면서 금감원의 관계가 냉각됐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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