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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얼빠진 군 … ‘밀입국 보트’ 13번 포착하고도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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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낚싯배로 오판 추적 안 해” / 해안 경계·감시체계 또 구멍 뚫려 / 결정적 순간 장비 고장도 잇따라

최근 중국인들이 소형 보트를 이용해 충남 태안에 밀입국하는 과정에서 13차례나 군 당국의 레이더와 감시장비에 포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들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버젓이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우리 해안 경계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북한 소형목선 삼척 입항 사건을 겪고도 군은 여전히 경계태세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세계일보

태안해양경찰서는 4일 오전 8시 55분께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 마도 방파제 인근에서 정 체불명의 고무보트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고무보트는 선외기 40마력으로 구명조끼 2개, 엔진오일(1리터) 3개, 공구류(니퍼 등) 등이 함께 발견됐다. 뉴스1


5일 합동참모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인 밀입국자 8명을 태운 1.5t급 소형 보트는 지난달 20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를 출발해 다음 날인 21일 오전 11시23분쯤 의항리 방파제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해안 레이더는 6회, 해안 복합감시카메라는 4회, 열영상감시장비(TOD)는 3회에 걸쳐 밀입국 과정을 식별했다.

하지만 장비를 운용하는 병사들은 보트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낚싯배 등으로 오판해 추적하지 않았다. 중국인 5명이 4월18일 보트를 타고 중국 웨이하이를 출발해 이튿날 오전 10시쯤 태안 의항해수욕장 인근 해변으로 밀입국했을 때, 해안레이더에 3차례 포착됐지만 레이더 운용병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열영상감시장비는 당일 영상녹화기능이 고장 났다. 해안 복합감시카메라는 영상 기록 저장기간(30일) 만료로 감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하다. 군은 사단장 등 감시경계를 소홀히 한 관계자들을 징계하고, 해안 감시능력을 보강할 예정이다.

세계일보

지난 4월 20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검은색 고무보트가 근흥면 신진항 태안해경 전용부두 야적장에 옮겨져 있다. 연합뉴스


결정적인 순간에 군 장비가 제 역할을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유사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4월19일 중국인 밀입국자를 태운 보트가 의항해수욕장 인근에 도달했을 때, 군이 보유한 열영상감시장비는 저장된 영상을 녹화장치로 보내는 변환기에 이상이 생겨 침투 장면을 저장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3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총격 당시 우리 군은 북한군 총격 이후 KR-6 중기관총으로 대응사격을 시도했으나, 기관총 안에 있는 부품인 공이 손상으로 격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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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에서 바라본 우리측 초소와 그 뒤에 위치한 북한군 초소.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양경찰청도 잇단 태안 밀입국 사건 책임을 물어 하만식 태안해경서장을 직위 해제하고, 오윤용 중부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신임 태안해경서장에 해양경비 등 업무 경력이 풍부한 윤태연 서해5도특별경비단장을 임명했다.

세계일보

지난달 21일 레저용 모터보트를 타고 서해를 건너 충남 태안으로 밀입국한 중국인 A(49)씨가 지난 1일 오전 충남 태안해양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부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밀입국한 용의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탐문 수사를 하던 중 추가 밀입국에 대한 제보를 받아 확인하는 과정에서 중국인 2명을 체포했다. 해경은 “수사 결과 이들을 포함한 중국인 5명이 지난 4월18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출항해 이튿날 태안 의항해수욕장 인근 해변으로 밀입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박수찬 기자, 태안=김정모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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