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론스타가 띄운 협상카드에…정부 "공식제안땐 협상 검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중인 론스타 펀드가 언론을 통해 한국 정부에 전격적인 '타협 제안'을 던지자 정부도 "공식 제안이 오면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정부와 론스타 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가능성이 생겼다. 하지만 합의 금액과 그간 경과, 한국 내 책임 소재 등을 감안할 때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5일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론스타 측 타협 제안이 공식적인 채널로 들어오면 이와 관련해 정부 협의체에서 내부적인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지 않은 상태"라며 "공식 제안이 오면 론스타 측 구체적인 제안 내용 등을 두고 내부적인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매일경제는 5일자에 "론스타는 (한국 정부와) 타협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마이클 톰슨 론스타 법무총괄 부사장 서면 인터뷰를 보도했다. 톰슨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양 당사자가 매우 합리적인 선에서 원만하게 해결할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론스타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ISD 과정에서 잡음이 있어도 "판결에서 결말을 보자"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 후 론스타가 타협을 공식적으로 제안하면 검토에 들어간다는 유연성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타협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타협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먹튀' '약탈자' 이미지로 각인된 론스타와 정부가 타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부로서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데다 타협 조건 또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제 타협이 이뤄지기까지는 여러 차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론스타가 제시할 타협 조건이 변수다. 론스타는 서면 인터뷰에서 타협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론스타 주변에서는 소송 제기액인 46억7950만달러(약 5조7000억원) 대비 약 10%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략 4억5000만달러(약 5500억원)로 알려졌다.

이는 론스타가 주장하는 손실 부분에 해당한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2011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두고 론스타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금액을 낮췄고, 그것이 론스타에는 손실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5500억원이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한때 정부 안팎에서는 론스타와 벌이는 소송으로 배상할 금액을 6000억원 안팎으로 전망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예산이 바닥난 형편이다. 여기에 론스타 측이 먼저 합의를 제안한 만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 금액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 상황이다.

여론도 문제다. 론스타에 대한 국민 정서가 워낙 악화된 상황에서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정부가 타협을 한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익을 고려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소송 흐름을 예측해 무엇이 한국 측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인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최종 중재 판정에서 한국 정부가 완벽한 승리를 거둘 것인지는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 중재 판정이 일부분에 대해 한국 정부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일정 부분은 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게다가 론스타는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하나금융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확보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는 물론 한국 정부도 소송에서 완벽한 승리를 자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가 타협할 뜻을 내비친 배경을 두고 관가와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론스타가 서면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한국에 다시 투자하겠다는 이유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론스타에 다른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언급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이승훈 기자 / 최승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