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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낚싯배인 줄…" 軍 '태안 밀입국 보트' 하루에만 13번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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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철책을 따라 해안탐색 작전에 나서는 군 장병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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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태안 해변에서 잇따라 발견된 소형 고무보트는 중국인들이 타고 온 밀입국선이라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당시 보트들이 군 감시장비에 10여차례 포착됐지만 번번이 놓치거나 낚싯배 등으로 오판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5일 군 관계자는 “중국 산둥 반도를 출발한 고무보트가 지난달 21일과 4월 19일 두 차례 태안 해변에 도착했고, 여기엔 중국인 밀입국자가 탑승했다”며 “지난 4일에 발견된 보트도 같은 목적으로 쓰인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둥반도에서 태안까지 거리는 약 370㎞ 정도인데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밀입국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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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태안 해변에서 발견된 소형 고무보트는 중국인 밀입국에 쓰였다고 추정된다. [사진 태안해경]



합참에 따르면 4월 18일 오후 5시께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를 출발한 고무보트는 19일 오전 10시께 태안 인근 해안에 도착했다. 이때 들어온 중국인 5명 중 2명은 검거됐다. 지난달 20일에도 중국인 8명이 같은 방식으로 21일 오전 한국에 들어왔고 현재까지 일행 중 4명이 검거됐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소형보트는 큰 배를 타고 한국 해안에 접근한 뒤 작은 배로 옮겨타는 과거 밀입국 방법에서 변형된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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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해변으로 밀입국한 중국인이 채포돼 태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태안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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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안 감시 부대가 대낮에 이뤄진 밀입국 순간을 수차례 놓쳤던 것으로 확인돼 경계작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참이 다시 돌려본 4월 20일에 녹화된 해안 레이더 영상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밀입국 보트를 세 번 정도 발견할 수 있었으나 운용병이 이를 놓쳤다”면서 “해안 복합 감시카메라에서도 보트가 들어오는 걸 발견하지 못했는데 영상 저장 기간 30일을 넘겨 지금은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열영상감시장비(TOD)도 가동됐지만, 이때도 밀입국 순간을 지나쳤다. 더구나 당시 영상 녹화 장비 중 일부가 고장이 나 지금은 그때 정황을 다시 살펴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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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태안 밀입국 추정 경로.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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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에도 해안 레이더 영상에 소형 보트가 여섯 번 정도 등장했지만 감시했던 운용병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안 복합 영상에서는 네 번 포착됐지만 일반 레저용 보트로 오판했다. TOD 장비 운용병도 세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통상적인 낚싯배로 생각해 추적하지 않았다. 이날만 소형 보트를 추적할 기회를 13번이나 놓쳤다.

군 관계자는 “당시 감시 병력은 정상 투입됐으나 소형 고무보트를 레저 보트와 낚싯배로 생각해 놓쳤다”며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어 “운용병 전문성을 강화하고, 해안 순찰과 무인기 감시를 늘리겠다”며 “해경 및 해수부와 협조해 소형 보트에도 위치 식별장치를 부착하고 출입 신고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이 꺼낸 대책을 두고 현실성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은 “소형 선박을 모두 감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해당 부대 현실과 현장 사정을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위치식별 장치를 모든 소형 보트에 부착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한, 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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