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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덕분에 챌린지'가 불편한 코로나 전사들...차별대우·임금체불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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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라포르시안] 코로나19 방역 의료현장에서 헌신하는 의료인을 위한 '덕분에 챌린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방역당국 제안으로 지난 4월 중순부터 코로니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헌신에 존경과 감사를 표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코로나10와 사투를 벌인 많은 의료진이 '덕분에 챌린지'를 불편해한다. '덕분에'라고 하면서 정작 방역을 위해 헌신한 의료진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지원은 나몰라라 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지역 의료기관 소속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동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19 확산 방지 와 환자 치료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특히 유행 초기에는 충분한 사전교육도 없이 감염병 대응 현장에 뛰어든 의료진은 보호장구 부족과 휴식공간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의료인의 사명감으로 버텼다.

코로나19 대유행이란 파고가 지나고 난 지금, 방역 최일선에 있던 의료진은 몸과 마음이 거의 번아웃(Burnout) 상태다. 계속된 보호장구 착용 업무로 몸도 지쳤고, 환자와 함께 격리에 가까운 생활과 사라진 일상으로 기운도 소진됐다.

갑작스러운 감염병 재난 사태로 불시에 방역 업무로 내몰렸지만 초과근로 수당과 근무종료 후 자가격리 등에서 파견 의료진과 차별대우를 겪으면서 상대적 박탈감일 들고 마음은 더 지쳐간다. '의료진 덕분에'라는 캠페인을 볼 때마다 마음 한쪽에선 표현하기 힘든 불편한 감정이 치솟는다.

최근 대한간호협회가 공개한 '코로나19 대응 현장의 간호사 근무실태조사'결과를 보면 왜 그런지 짐작이 간다.

간호협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간호사의 절반 이상(55.7%)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인식하면서도 2일 이상 출근을 했고, 이 중 27.3%는 거의 매일 몸에 이상을 느끼면서도 정상근무를 해야만 했다고 답했다. 이같은 응답은 대구-경북지역에서 근무한 간호사가 그외 지역 대비 1.9배, 원내소속 간호사가 파견 간호사 대비 3.2배 높았다.

특히 적정보상 등에 관해 원내소속 간호사 중 93.8%가 '특별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의료진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근무 종료 후 자가격리도 하지 못했다고 답한 간호사가 70.3%에 달했다. 파견 간호사(23.2%)에 비해 원내소속 간호사(77.5%)가 자가격리를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병원 경영난이 심해지자 무급휴직.연차사용 강요와 임금체불.임금삭감 걱정까지 떠안게 됐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5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영웅' 의료진을 위한 형평성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와 지자체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대구로 달려간 파견인력에게는 위험수당(일명 '코로나 수당')과 특별재난지역 활동수당, 감염 관련 교육수당을 지급했다"며 "하지만 대구지역 보건의료노동자들은 파견인력과 똑같은 일을 수행했지만 위험수당을 받지 못했다. 수많은 보건의료노동자들이 희생과 헌신에 대한 보상은커녕 차별 대우와 박탈감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보건복지부는 3차 추경예산안에서 대구지역 병원에 소속된 간호사를 위한 코로나 관련 수당을 지급하기 311억원의 예산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예산은 추경 심사에서 탈락해 추경안에서 빠졌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확진세가 잦아들며 입원하는 확진자가 줄자 일부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들은 사실상 무급휴직을 강요받았고, 임금체불과 임금삭감까지도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영웅'의 민낯"이라며 "대구지역 파견인력은 파견 종료 후 14일간 유급 자가격리를 보장받았지만 확진자를 치료하는 병원에 소속된 직원들은 코로나19 병동 근무를 마치면서 자가격리 기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 병동 근무를 마치고 일반병동으로 복귀하기 전 자가격리 기간을 요구하는 직원들이 개인연차 사용을 강요받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일반병동 복귀 전 코로나19 검사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라는 의료기관도 있었다.

말뿐인 '덕분에'가 아니라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더 이상 차별대우로 인한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형평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말뿐인 '덕분에' 챌린지는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대구지역 8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소속 보건의료노동자들이 형평성있는 지원책을 요구하는 입장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전달하고 복지부장관 면담을 요청했지만 외면하고 있다"며 "이런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태도라면 희생과 헌신으로 K-방역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차별처우와 박탈감에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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