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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新자영업 시대 게임의 룰] 유형 1. 배달·포장·식당간편식 전성시대-‘홀 영업’ 지고 포장특화한 ‘그랩&고’(Grab&Go)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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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문을 연 BBQ 용산아이파크몰점. 계산 후 바로 음식을 받아서 떠나는 ‘그랩 앤드 고(Grab and Go)’ 시스템을 BBQ 가맹점 중 최초로 도입했다. 치킨을 컵밥, 샐러드 등으로 만들어 1인분씩 소분 포장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미리 튀겨놓은 치킨을 온장고에서 꺼내주기만 하면 돼 매장 내 체류시간과 손님 간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응은 기대 이상. 오픈 직후 터진 이태원발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점심시간마다 50~70명의 손님이 꾸준히 찾으며 홀을 운영하는 타 매장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다.

BBQ 관계자는 “그랩 앤드 고는 2017년 맨해튼 매장에 처음 도입한 시스템인데 지난해 일매출이 4500만원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유동성이 높은 곳에 도입하면 성공할 것으로 봤다. 빠르고 간편한 그랩 앤드 고의 구매 방식에 만족한 인근 직장인이나 주민들이 즐겨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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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푸드는 죠스떡볶이와 바르다김선생을 같이 운영하는 배달형 복합매장을 늘리고 있다. 단일 브랜드로 출점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요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죠스푸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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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전국적으로 ‘집콕’ 열풍을 일으켰다. 그간 홀 영업이 주를 이뤘던 외식업계는 직격탄이 아닐 수 없다. 고객이 오지 않으면 찾아갈 수밖에. 최근 외식업계는 배달과 포장 활성화가 생존을 위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소고기 전문점 이차돌은 지난해 말 일부 지역에서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자 현재는 전국 100여개 지점으로 확장했다.

이차돌 관계자는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매장의 경우 지난 5월 매출이 3월 대비 80% 대폭 신장했다. 배달 서비스 도입을 신청하는 가맹점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SPC 파리바게뜨도 지난 4월 파바딜리버리 주문이 전년 대비 15배 이상 늘었다. GS25는 요기요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한 첫 주(3월 2~8일) 대비 지난 5월 셋째 주(11~17일) 배달 매출은 11.9배, 이용 건수는 13.1배 이상 증가했다.

배달과 포장이 구원투수가 된 사례도 있다. 홀 중심 식당과 배달 전문식당 3곳을 같이 운영하는 임성환 래빗컴퍼니 대표는 “코로나19로 홍대 식당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반면 건대, 강남의 배달 전문식당은 오히려 10~20% 매출이 늘어 홍대에서의 손실을 메워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배달 강화에 더욱 집중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광진구에서 배달대행업체도 운영 중이다. 그는 “ ‘놀부부대찌개’ ‘뽕잎샤브샤브’ 등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던 식당도 배달해달라는 문의가 급증했다. 최근 새로 계약한 식당이나 프랜차이즈만 10곳에 달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배달 전문 복합매장도 늘고 있다. 그간 복합매장은 홀 영업 중심이었다. 이제는 홀 영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매장 규모를 줄인 뒤 배달과 포장에 집중한다.

롯데지알에스는 지난 5월 27일 강남에 배달 전문매장 ‘스카이31 딜리버리&투고(DELIVERY&TOGO)’를 오픈했다.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 ‘T.G.I.프라이데이스’ 등 롯데지알에스가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 8개를 한곳에 모아둔 ‘셀렉트 다이닝’이다. 그동안 잠실, 종로 등에 10개점을 오픈했지만 이번 11호점은 처음으로 배달 전문매장으로 열었다. 입지도 1층 대신 건물 지하로 내려가 임대료를 아꼈다. 롯데지알에스 관계자는 “강남은 배달음식을 즐기는 1인 가구와 직장인, 2030세대가 모여 있는 특수한 상권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증가 추세인 점도 고려했다. 여러 브랜드에 따로 배달을 시키면 배달료가 중복 과금되지만, 셀렉트 다이닝은 한 번만 내면 된다. 현재 배달 서비스를 수행하는 롯데리아 매장들의 배달 매출 비중은 전체의 50%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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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 그랩 앤드 고 매장에서는 치킨이 한 마리씩 판매되는 대신, 1인분에 맞는 양으로 소분 포장돼 있었다. 사진은 그랩 앤드 고에서 판매 중인 컵밥과 치킨.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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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떡볶이’를 운영하는 ‘돌우물’도 분식·한식·양식을 모두 취급하는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다. 마치 다른 식당인 것처럼 다른 메뉴판과 광고로 홍보한 뒤 한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그동안 야식 배달 전문식당이 쓰던 마케팅 방식이었다. 배달 시장이 커지자 이제는 전문 프랜차이즈까지 등장한 것이다.

죠스떡볶이와 바르다김선생을 같이 운영하는 한 복합매장도 아예 홀 영업을 포기하고 배달과 포장으로만 판매한다. 한 브랜드로 홀과 배달·포장을 같이 하는 것보다는, 두 브랜드로 홀 대신 배달·포장에 집중하는 것이 더 수익성이 좋겠다는 계산에서 등장한 새로운 복합매장 유형이다.

신성일 죠스푸드 전무는 “지난해 12월 서울 양재동에 처음 문을 연 후 반응이 좋아 최근 2개점을 더 늘렸다. 단일 브랜드로 들어가기에는 수요가 적은 상권도 복합매장으로 들어가면 괜찮더라. 가맹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는 다른 프랜차이즈들도 최근 비슷한 모델로 출점을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배달 시장이 커지며 서비스는 갈수록 고도화되는 추세다. 도미노피자는 배달에 비대면 서비스를 접목했다. 온라인 앱으로 주문한 고객이 비대면 서비스를 요구하면 배달원이 고객 문 앞에 피자를 내려놓고 초인종을 누르거나 전화로 안내 연락을 한다. 라이더가 현재 어디쯤 오고 있는지, 언제쯤 도착할지도 ‘GPS 트래커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피자와 치킨 상자에 안심스티커도 부착, 혹시 모를 배달 사고에 대비했다.

배달에 이어 한쪽에서는 포장 시장도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매장 내 체류시간이 짧고 3000~5000원에 달하는 배달료가 안 드니 할인 여력도 높아 알뜰족 소비자에게 인기다. ‘돌쌈장작구이’는 기존에 홀에서 판매하던 통삼겹살, 통목살, 오리훈제 등을 포장해 가는 손님에게 50% 할인해주는 파격 이벤트를 진행했다. 3인분 이상 주문하면 불고기 1인분도 덤으로 준다. 덕분에 최근 포장 판매로만 1000만원의 월매출을 거뒀다.

포장 시장이 커지자 이를 마케팅 기회로 활용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일본 오사카의 한 노보리(입간판) 제작 전문업체는 ‘포장됩니다’라고 쓰인 노보리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오사카에서만 200건 이상을 포함해 전국 식당에서 주문이 쇄도했고, NHK 뉴스를 통해 착한 가게로 소개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가정간편식(HMR)도 진화하고 있다. 유명 맛집이나 식당에서도 홀 영업이 부진하자 간편식 개발에 나서며 RMR (Restaurant Meal Replacement·식당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일례로 간장게장 식당 운영과 RMR 제품 판매를 같이 하는 ‘게방식당’은 후자가 전자를 보완해줬다.

방건혁 게방식당 대표는 “우리 가게는 외국인 손님 비중이 50%를 차지한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안 되며 타격이 컸는데 RMR이 구원투수가 됐다. 코로나19로 온라인 배송 주문이 늘며 오프라인 매장의 손실을 온라인에서 만회할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방 대표는 “향후 또 다른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미세먼지 등 환경적 요소도 많이 악화되다 보니 외식보다 집에서 주문해 먹는 문화가 확산될 것 같다. 앞으로는 식당 운영보다 RMR 제조·판매에 더 힘을 실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박지영 기자 autum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1호 (2020.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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