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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선택은 용기를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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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톡팁스-57]

매일경제

마크 저커버그 /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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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항상 선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게시물에 어떤 규제도 가하지 않겠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한두 번이 아니라, 거듭해서 자기 입장을 밝혔다.

AP통신,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월 2일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전체 직원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에 규제를 가하지 않는 것이 페이스북의 정책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 말에 손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의 발언이 이렇게 주목받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흑인 사망 규탄 시위에 대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며 무력 진압을 경고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러자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소셜미디어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전달했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담긴 게시물이 "폭력을 미화한다"며 비공개로 바꿨지만, 페이스북은 어떤 내용도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놔둔 것이다.

물론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미국 민주주의의 성숙도와 함께, 최근 전 세계에 불어닥친 4차 산업혁명의 위력을 체험할 수 있다. 미국의 소셜미디어는 자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내부 규정에 따라 징계를 가할 만큼 위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특별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접근이 과거 플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담화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대중연설 등과 달리, 미국민과 직접 접촉을 하는 소셜미디어로 이루어진다는 점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접촉 방식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우이긴 하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자연스러운 생활문화로 자리 잡은 최근 상황에 비추어보면, 향후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대통령들도 소셜미디어 접촉은 증가할 추세다.

문제는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취급하는 소셜미디어의 대응 방식. 트럼프 대통령이 애호하는 트위터는 "폭력을 미화한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비공개를 바꿨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통령이든, 누구든 규정을 어기면 용서가 없다는 것.

◆ 선택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공개로 바꾼 트위터와 달리,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경고문 삽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페이스북의 정책은 자유로운 발언을 지지한다"며 "힘든 결정이었지만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자체 심의규정에 따라 발언자의 의견을 비공개로 하는 것 자체가 여론 조작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듣기 좋은 말, 예의 바른 말,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말만 공개하면 소셜미디어가 지닌 본질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믿는 것이다.

지난 주말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페이스북이 온라인에서 나오는 것들에 대한 진실의 결정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arbiter of truth)"며 "페이스북은 트위터와 다른 정책을 갖고 있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이전에도 페이스북 내 정치 발언과 관련해 임직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작년 10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페이스북 활동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거나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던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 페이스북 직원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페이스북 직원 250여 명은 성명을 통해 "잘못된 정보로 인해 사람들이 플랫폼을 불신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관철시켰다.

◆ 선택은 항상 용기를 수반한다

"자유로운 표현을 존중하는 페이스북의 원칙은 지금 이 일에 우리가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 올바른 행동임을 의미합니다."

폭스뉴스와 인터뷰한 이후, 지난 6월 2일 진행된 직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결정이 번복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자유로운 표현 존중 원칙을 깨는 것은 페이스북이 할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지난해 10월 상황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 당시에는 집단발언을 했던 직원들이 동요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심각해졌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서 비대면 원격근무 중이던 페이스북 직원 수백 명은 월요일부터 파업에 돌입했고, 내부 직원 십여 명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커버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페이스북을 사임하고 떠난 사람까지 있었다.

최근 백인 경찰관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으로 미국은 지금 큰 혼란에 빠져 있다. 비무장 상태였던 플로이드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무릎으로 목을 짓눌러 사망하게 한 사건에 많은 시민이 공분한 것이었다.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는 미국 75개 도시로 번진 상태다.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폭동이 일어났고, 총격 사건까지 잇따르며 현재까지 최소 4명이 숨졌다. 체포된 시위대는 1600명을 넘었다.

폭력 시위로 무법천지가 되자 미국 20여 개 도시는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동했고, 수도 워싱턴DC와 캘리포니아주 등 12개 주가 방위군을 소집했다. 미국 주요 도시에 통행금지령을 내린 것은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봉쇄 조치와 경제 둔화, 대규모 실직 사태 이후 미국인들이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불평등에 대한 고통을 분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자기 원칙을 지킬 수 있을까? 페이스북의 미래를 결정하는 순간이다.

애호한 트위터로부터 경고장을 받아든 트럼프 대통령. 페이스북으로부터는 어떤 규제도 받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페이스북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인생은 항상 선택이다. 선택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선택은 항상 용기를 수반한다."

[이성민 미래전략가·영문학/일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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