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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3 성매매 시키는 고3…좋다고 달려드는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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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김영상 기자, 임찬영 기자] [편집자주] n번방 사건으로 심각성이 드러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미성년자다. 최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도 미성년자 성매매 이슈를 다뤄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10대들을 향한 성범죄의 검은 손길, 그 실태와 문제점, 대책을 살펴봤다.

[MT리포트]'性 팝니다' 벼랑 끝 10대 (下)



중3 조건만남, 포주는 고3…드라마 보다 무서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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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또래 '10대의 성'을 30대 남성에게 판다.'

한국 청소년 성매매의 구조다. ‘인간수업’의 주인공 오지수(고등학교 2학년)는 같은 반의 서민희에게 ‘삼촌’으로 불리는 포주다. 오지수 본인은 포주가 아니라 ‘경호업자’라고 하지만 실체는 성매수자와 서민희를 연결을 해주는 포주가 맞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의 이야기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실에선 오지수처럼 ‘또래 포주’가 익명성을 갖고 숨어있지 않다. 바로 곁에서 성매매를 강요·알선하고, 지켜보고 있다.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무서운 이유다.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 평균 연령 중3, 성매매 강요는 고3…"조건 돌린다"

여성가족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 분석’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청소년 성매매 강요 가해자의 평균 연령은 18.3세다. 2014년이후 19~20.3세였던 강요 가해자 나이대가 18.3세까지 낮아졌다.

2018년의 경우 총 81명이 성매매 강요로 붙잡혔는데, 65.4%(53명)가 18세 이하였다. 최근 5년 (2014~2018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10대의 비율(60.2%)이 가장 높다. 성매매 알선의 평균나이도 20.6세로 높지 않았다. 10대가 전체의 39.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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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이용돼 성매매를 한 피해 청소년의 평균 나이는 약 15세다. 중학교 3학년이 자신보다 3살 많은 남성의 강요로 성매매를 하는 셈이다.

‘또래 포주’와 성매매 피해 청소년은 대부분 서로 알고 있다. 가출 청소년 등으로 구성된 가출팸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남성이 포주 역할을 맡거나 겉은 남자친구이만 실상은 성매매 알선자인 상황도 있다. 가출한 여성 피해자들이 믿고 의지하는 것을 이용하는 경우다.

10대 여성을 착취하는 것은 ‘여성친구’도 있다. 동성 친구를 성매매로 내모는 것이다. 한 성매매 피해 여성은 2018년 연구기관과 인터뷰에서 "자기가 돈은 없고, (조건만남) 하기 싫은 애들이 흔히 말해서 호구를 한명 잡아요. 그걸 애들 말로는 ‘조건돌린다’ 그래요."라고 말했다.





청소년 성을 사는 사람 '35.3세의 사무직 남성'..."추적 어려워 검거률 떨어진 것"

미성년자 성매매 가해자(매수자)는 보통 '사무관리직에 종사하는 35.3세의 남성'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연령대는 18살부터 62살까지 다양했지만 30대가 41.8%, 20대가 28.4%로 가장 많았다.

다른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의 무직 비율이 높은 것과 달리 사무직이 34.7%로 1순위에 있다. 서비스·판매직이 17.2%로 그 뒤를 이었고, 무직은 13.1%였다.

문제는 이 모든 수치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검거된 미성년자 성매매사범 숫자(2018년 711명)는 10여년 전보다 크게 줄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범죄가 준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성윤숙 학교폭력예방교육지원센터장은 "최근에는 유심칩을 뺀 스마트폰으로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미성년 성매매가 음성화되고 기술 발달로 추적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실제 범죄 수 대비 성매수사범 검거 수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한 처벌도 문제다. 미성년자 성매매사범이 검거돼도 "합의하에 했다"면서 무혐의 처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매수자의 경우 (검거돼도) 무혐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법정에 그루밍 자료를 제출한다. 아이와 연애했다고 하면서, 둘이 좋아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처럼 말한다"고 전했다.

※"내 편이 필요한 순간 언제든" 청소년상담: 전화 1388, cyber1388.kr, 문자#1388

정한결 기자



10대 노리다 걸린 그들…재범도 반성하면 '집행유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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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매매 문제가 활개를 치는 중요한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솜방망이 처벌이다. 통계에 따르면 미성년자 성매매 사범 중 실형을 사는 경우는 10명 중 1명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범죄 방식이 교묘해지면서 미성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성년자 성매매 10명 중 1명만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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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 분석'(2019)에 따르면 2018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혐의로 처벌받은 사람은 총 268명이다.

이중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10명 중 1명꼴인 29명(10.8%)에 그쳤고 나머지는 집행유예(163명·60.8%) 또는 벌금형(74명·27.6%)을 받았다. 징역형의 평균 형량도 18.1개월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 성매매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대부분은 큰 처벌 없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국내 미성년자 성매매 형량은 해외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해외의 성매매 청소년에 대한 보호·지원체계 현황과 향후 과제'(2017)를 보면 영국에서는 성인이 만 13세 미만,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매매한 경우 각각 최대 무기징역, 1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스웨덴에서는 형량이 최대 징역 2년으로 그리 강하지 않지만 성매매 범위를 넓게 규정하고 있다. 돈이 아닌 음식·선물을 제공하는 경우, 삽입 성교가 아닌 유사 성교를 한 경우에도 모두 성매매로 처벌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반면 일본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삽입성교를 제외한 모든 성적 행위를 사실상 매매할 수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를 받고 있다.





성착취 구조 다양해졌는데…

아동·청소년에 접근하는 플랫폼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트위터, 오픈채팅방 등 신분을 숨길 수 있는 음지에서 성매매를 위한 마수를 뻗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의도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접근하려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친밀함을 형성한 뒤 약점을 파고들어 성착취로 이어가 피해자를 양산한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대 남성 A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미성년자 11명에게 접근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성매매, 강간 등을 한 혐의로 붙잡혔다.

A씨는 미성년자의 심리를 이용해 친근하게 다가간 뒤 신체를 노출한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고 이를 계기로 더 심한 범죄로 나아갔다. 이런 경우 사진, 동영상 등 기록이 남아 피해자가 신고하기 어렵게 만들고 가해자 적발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정부는 미성년자에게 성적 영상물을 요구하는 이른바 '온라인 그루밍'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처벌 강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딘 상태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사이버상에 숨어 언제든 미성년자를 돈으로 유혹할 수 있게 되면서 성범죄자에게 최적화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 수위 높이는 정부…"사회 경각심 일깨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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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높이고 처벌 범위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관계자는 "실제로 가해자가 재범이었는데도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에 그친 사례도 있다"며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자의 처벌 강도가 다른 성범죄보다 심각하게 저조한 만큼 충분한 사회적·법적 처벌이 있어야 최소한의 선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정형을 높게 정해놓더라도 법원에서 그에 맞는 선고가 잘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미성년자 성매수를 다소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법원에서 형을 높일 경우 가해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매매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성매매로 유입된 미성년자를 모두 처벌 없이 피해자로 규정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미성년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성매매 연루 사실을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다.

윤덕경 연구위원은 "최근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매수와 성폭력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성착취 구조의 초반부터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며 "또한 이를 위해 잠입수사 등 적극적 수사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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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상 기자



"용돈 줄게" 10대 노리는 그놈들, 막을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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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매수 범죄 경로 유형의 연도별 추세/사진= 김지영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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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대상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범죄 수요를 줄이기 위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공급을 막을 수 있는 예방책 마련도 필수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루밍'부터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72.3%가 '인터넷채팅앱'…'용돈'으로 청소년 유혹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 분석'에 따르면 2018년 미성년자 성매수로 신상정보가 등록된 가해자는 291명으로 이 중 91.4%에 달하는 266명이 메신저/SNS/스마트폰앱을 통해 피해 미성년자에게 접근했다. 5년 전인 2014년만 해도 46.1%에 불과했던 수치가 5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미성년자 대상 성매매 대부분이 인터넷 채팅 앱 등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렇게 인터넷 채팅으로 가해자들을 만난 미성년자들은 가해자들이 제공한다는 용돈에 유혹돼 피해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82.3%에 달하는 학생들이 20만원 내외의 용돈을 빌미로 한 가해자들의 거짓말에 속아 피해를 입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미성년자들 입장에서는 5만원 6만원도 큰 돈인데 가해자들이 용돈으로 준다는 20여만원이 넘는 금액을 쉽게 뿌리칠 수 없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막기 위해 인터넷 채팅 앱에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를 수없이 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1일 여성가족부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400여개 랜덤채팅앱에 대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용자 신원이나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거나 신고 기능이 없는 채팅 앱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돼 미성년자들의 이용이 원천 차단된다.





'온라인 그루밍' 처벌…"'아동유인방지법' 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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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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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미성년자 성매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매매 전 이뤄지는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부터 법제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성년자 성매매는 그루밍 과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그 시작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유인 행위는 불법이지만 현행법상 오프라인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며 "랜덤채팅 앱을 이용해 아이들을 성폭력 목적으로 유인하는 온라인 행위가 많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제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따라 가해자들이 아이들에게 성기 사진을 보내고 자신의 집에 오라고 유혹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실제 성폭행을 하지 않는 이상 처벌이 어렵다"며 "해외처럼 '아동유인방지법'을 제정해 온라인 그루밍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동유인방지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관계 없이 18세 이상의 성인이 16세 이하의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유인하려는 시도를 하면 범죄로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미성년자가 나이를 속였다고 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한 만큼 성매매 행위 자체를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정부에서 의제강간 기준 연령을 16세 미만으로 높이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긴 하지만 겨우 첫번째 단추 정도를 끼운 정도에 불과하다"며 "'아동 위장 수사(잠입수사)'를 통해 가해자들을 모니터링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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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영 기자

정한결 기자 hanj@mt.co.kr,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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