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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의 반격… '질본, 무늬만 승격' 조목조목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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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의 '감염병 집중' 입장 반박

정부가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하기로 했지만 '무늬만 승격'이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사·예산권이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이라는 간판을 달아주는 대신 핵심 연구조직인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 161명의 인력과 1500억원의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 "코로나 사태로 질병관리본부가 땀을 흘렸는데, 밥그릇은 복지부가 챙겼다"는 말이 나온다.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거론되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반격에 나섰다. 정 본부장은 "질병관리청에도 연구 기능이 필요하다. 연구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겠다. (정부조직법 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말을 둘러 했지만,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넘기는 방안에 대해 분명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정 본부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특유의 담담한 어조를 이어갔다. 이날 질병관리본부 안팎에서는 "정 본부장이 복지부가 주도한 질병관리청 개편안을 통보받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더라" "복지부에서 정 본부장에게 논란이 커지지 않게 잘 말하라고 했다는데 소신대로 발언한 것 같다" 등의 말이 흘러나왔다.

◇"질병관리청, 전문성과 독립성 가져야"

정 본부장은 "질병관리본부를 중앙행정기관으로 독립시키는 이유는 감염병 및 공중보건위기 대응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더 잘하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조직 개편은 전문성과 독립성이 원칙이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인력과 예산 축소에 대해서는 "질병 관리를 위한 역학조사와 관련된 연구 기능, 감염병 퇴치·예방을 위한 정책 개발과 관련된 연구 조직과 인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이 확정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날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국립보건연구원은 보건 의료와 관련 전반적인 연구를 담당하는 곳이라 복지부에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정 본부장은 다른 말을 한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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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본부장은 이어 "감염병 말고도 만성질환과 미세 먼지, 전자담배에 대한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코로나 같은 감염병 대응은 물론이고 당뇨 등 만성병에 대해서도 관할권을 갖는 명실상부한 공중보건 전반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른 말을 했다. "질병관리청 승격은 감염병 대응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주려는 것"이라면서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대응에 국한된 조직이라고 했다.

질병관리청 산하에 신설되는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칭)'가 감염병 위기 때 지방자치단체를 총괄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감염병 이외의 만성질환에 대한 조사·연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지역 조직을 확충하는 것을 현재 행안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복지부가 왜 차관 자리 하나 늘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코로나 사태를 몸집 불리기에 활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을 기반으로 한 감염병 연구는 지금도 질병관리본부장이 총괄하는 업무"라며 "이름만 '청'이 됐을 뿐, 차관급 기관인 것은 여전한데 이를 핑계로 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빼 가는 건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립보건연구원·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등 기관이 복지부로 넘어가고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 생기면서 복지부 인사들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만 늘었다"고 했다.

다른 보건 전문가는 "행정고시 출신 보건복지부 행정 라인이 정은경 본부장을 반쪽짜리 청장으로 만들고, 실속을 챙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부 복지부 인사는 (질병관리청 권한과 기능 확대에 대해) 행안부와 논의하면서 '이것까지 내주면 더 이상 (행안부와) 회의 못 한다'고 말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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