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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美 전·현직 국방도 부시도 '트럼프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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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흑인 사망' 강경 진압에 들끓는 비판

3일(현지 시각) 오후 6시 CNN 앵커가 시위 생중계를 갑자기 중단하면서 "입이 딱 벌어지는 소식이 들어왔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 강경 대응에 대한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을 통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심지어 그렇게 하는 척도 하지 않는 내 생애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매티스는 트럼프가 시위 진압에 연방군을 동원하겠다고 위협한 것에 대해 "군대가 시민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도록 명령을 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CNN이 매티스의 비판을 긴급 뉴스로 소개한 것은 그의 군(軍) 내 무게감 때문이다. 그는 해병 사병 출신에서 4성 장군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 해병 1사단장을 맡아 바그다드 등 주요 전장을 휩쓴 전쟁 영웅이기도 하다. 그는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 정책에 반발해 2018년 12월 사표를 던졌지만, 이후 트럼프를 공개 비판한 적은 없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군 투입 등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이후 곳곳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엔 트럼프 행정부 내 '예스맨'으로 꼽히는 마크 에스퍼 현 국방장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군은 법 집행의 마지막 선택지"라며 트럼프의 군 투입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항명 사태가 일어났다. 에스퍼 장관은 "(연방군) 병력 동원은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다.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들에게 주 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연방군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국방장관이 TV 생중계로 이를 반박한 것이다. 다만 에스퍼 장관은 워싱턴 DC 인근에 집결한 연방군 병력 중 200명의 복귀를 지시했다가 이날 백악관 회의에 다녀온 후 이를 번복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공화당 셸리 무어 캐피토 상원의원은 2일 "우리는 점점 더 고조되는 분열에 놓였다. 대통령은 더욱 통합적 발언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팻 투미 상원의원도 "대통령의 어떤 트윗은 (사태 진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화당 출신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전날 성명을 내고 "우리 사회에서 구조적인 인종주의를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상처받고 비통에 잠긴 많은 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그 목소리를 침묵시키려 하는 이들은 미국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진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날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열고 "시위와 투표를 함께 해야 진정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올 11월 대선에서 표로 트럼프를 심판하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스맥스TV 인터뷰에서 연방군 동원에 대해서는 "그것은 상황에 달렸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세계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장군인 매티스를 해고하는 영광을 누렸다. 매티스의 별명을 내가 '미친개'로 바꿨다"며 매티스 전 장관을 공격했다.

이날 뉴욕, LA, 워싱턴 DC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선 대규모 행진과 시위가 계속됐지만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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