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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인간의 산림벌채-도시개발, 코로나 확산에 영향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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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간 감염병 출현 왜?… 英연구팀, 50년 토지변화 분석 …

“먹이 구할 곳 사라진 야생동물… 서식지 옮기며 인간과 가까워져”

전 세계에서 640만 명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고 이 가운데 6%가 넘는 40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는 사람과 동물이 서로를 감염시키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역시 박쥐에서 다른 동물을 거쳐 사람에게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인간이 도시화를 추진하면서 동물의 영역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과학자들이 실제로 사람의 토지 사용 변화가 인수공통감염병을 등장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주목받고 있다.

오를리 라즈구르 영국 엑서터대 생태학과 연구원팀은 삼림 벌채와 도시화, 농지 면적 증가 같은 토지 사용 변화가 동물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켜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을 야기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포유류 리뷰’ 3일자에 발표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전염성 질병으로 20세기 들어 사람에게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종 감염병 증가의 배경으로 인간의 활동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사용하는 땅의 면적이 크게 늘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작성한 ‘세계 토지 사용의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육지 면적은 약 150억 ha(헥타르)로 이 가운데 농지는 약 50억 ha, 거주지와 사회기반시설은 약 3억 ha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육지 면적의 약 30%를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1960년대와 비교해 농지 면적은 약 11% 증가했다. 삼림 벌채도 지난 반세기 동안 연간 평균 1300만 ha의 속도로 진행됐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거주지와 사회기반시설 면적의 경우 2050년까지 약 6억 ha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라즈구르 연구원과 과학자들은 토지 사용 변화와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1970년부터 2019년까지 약 50년간 보고된 토지 이용 변화와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을 연구한 논문 267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간의 토지 사용 변화가 동물 행동을 변화시켰고 실제 인수공통감염병의 출현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를 몇 가지 동물 연구에서 포착했다.

오랫동안 숲속 깊은 곳에 살던 박쥐들은 인간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50년간 산림 벌채와 도시 개발 같은 토지 사용 변화가 늘면서 사람과의 접촉이 크게 늘어났다. 먹이를 구할 곳이 사라져 서식지를 옮겨 다니면서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나 다른 영역에서 살던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어났다. 연구팀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레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확률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쥐를 포함한 설치류도 비슷하다. 연구팀은 “박쥐만큼 많은 바이러스를 가진 설치류는 사람이 키우는 가축과 접촉을 하며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며 “최근 들어 농지가 늘어나며 가축과 접촉하는 설치류가 많아졌고, 그 가축을 통해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4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바이러스, 2012년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이런 식으로 사람에게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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