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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추억은 어디로… 싸이월드 소리소문 없이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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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미니홈페이지로 혜성처럼 등장한 싸이월드는 네티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카페나 클럽 등 인터넷커뮤니티형 서비스로 인맥을 쌓았던 당시 10~20대 젊은 층을 무차별적으로 흡수하면서 비교 불가한 히트상품에 등극했다. 한 때 누적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설 만큼 폭풍적인 성장세를 구가한 게 싸이월드다. 대표적인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도 지난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를 배우기 위해 방한한 바 있다. 그렇게 20년 넘게 수많은 누리꾼들의 추억 저장고 역할을 해왔던 싸이월드가 소리소문 없이 지워질 위기에 처했다. 자진 폐업 신고도, 서비스 종료 공지도 없이 사무실마저 사라졌다.

4일 현재 싸이월드 홈페이지는 접속이 어려운 상태다. 로그인 페이지까지 접속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로그인이 안 되거나 화면이 안 넘어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는 싸이월드가 지난달 26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나와 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등록돼 있던 사무실도 현재는 텅텅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싸이월드가 자진 폐업신고를 한 게 아니고 체납 등의 이유로 사업자등록이 말소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부가가치세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관할 세무서장은 △사업자가 부도발생, 고액체납 등으로 도산해 소재 불명인 경우 △사업자가 사업을 수행할 수 없어 사실상 폐업상태에 있는 경우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둘 이상의 과세기간에 걸쳐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고 사실상 폐업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사업자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그 동안 싸이월드가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만큼, 관할 세무서에서 해당 법에 따라 직권 폐업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 잠실세무서 관계자는 다만 “싸이월드가 현재 폐업상태인 것은 맞지만, 개인정보이므로 정확한 사유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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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로그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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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싸이월드 측의 사업 의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파악하고 있다. 현재 홈페이지가 아예 닫히지 않은 게 그 방증이다. 전기통신사업법 26조와 시행령에 따라 싸이월드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폐업 30일 전 이용자에게 서비스 종료 사실을 고지하고, 정부에도 폐업을 신고해야 한다. 싸이월드는 두 조치 모두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 서비스를 접는다면 해당 법 위반으로 전 대표는 과징금이나 과태료 등 처분 대상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여러 번 사이트 폐지 관련 논란이 있었던 만큼 대표 측도 폐지 15일 전에는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전 대표가 아직 사이트 운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자 등록이 말소됐다고 해서 자동으로 부가통신사업자로서의 권한이 박탈되는 것이 아닌 만큼, 전 대표가 의지를 가지면 잠시라도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싸이월드의 도메인 주소는 11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사진과 동영상, 일기 등 데이터도 당장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데이터는 복수의 서버 관리 업체에 분산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해당 업체들이 데이터를 모두 지워버리지 않는 한 복구의 길은 열려있다.

한편 지난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면서 덩치를 키웠던 싸이월드는 2010년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미국발 SNS에 위기를 맞이했다. 이후 2013년 분사, 2017년 투자금 유치 등을 거치면서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결국 옛날의 영광을 찾지 못했고, 최근 들어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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