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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손학규의 딸? 제 영화에만 집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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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침입자' 감독 데뷔한 손원평… 40만부 베스트셀러 '아몬드' 작가

영화감독은 개봉 당일에 무얼 할까. 4일 개봉한 영화 '침입자'의 각본·연출을 맡은 손원평(41) 감독의 일과는 예상과는 달랐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에게 아침 볶음밥을 차려주고 피아노 학원에 데려다 주고 학교 숙제를 봐주고…. "제 영화를 봐야 하는데 아직 예매를 못 했네요. 인터넷 반응은 일부러 안 봤어요. 아무래도 예민한 날이라 신경 쓰이거나 충격 받을까봐서요." 개봉 직후 서울 용산 극장가에서 만난 손 감독은 웃으며 말했다. '침입자'는 손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세대마다 손 감독에 대한 인상이나 기억은 다를 수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2017년 출간된 베스트셀러 청소년 문학 '아몬드'의 작가로 유명하다. 첫 장편 소설인 이 작품은 해외 15국에 수출되며 올 초 일본 서점 대상(번역 소설 부문)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40만부가 판매됐다. 정치인 손학규의 둘째 딸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영화를 보셨느냐'는 질문에 손 감독은 정색하며 말했다. "개인사보다는 작품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출 문제에 대한 '모범 답안'처럼 그의 답변은 짧고 단호했다.

조선일보

손원평 감독은 “문학이든 영화든 이야기라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말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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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감독은 서강대(사회학·철학)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2001년 영화 잡지 '씨네21'의 평론상을 수상했다. 단편 영화 연출작도 8편에 이른다. 얼핏 영화와 문학에서 모두 별다른 어려움 없이 탄탄대로를 걸었을 것 같지만, 그는 "지난 10년간 수없이 실패를 겪었고, 무엇을 해도 잘 풀리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고 했다. 2008~2017년까지 단편 영화 3편 연출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했다. 손 감독은 "이러다가 삶을 통째로 잡아먹힐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었다"고 했다.

영화 '침입자'의 시나리오도 지난 7년간 크고 작은 퇴고를 포함해서 서른 번 이상 고쳐 썼다. 손 감독은 "홀로 작업하는 소설과 달리, 영화는 개봉될 때까지 많은 사람의 '예스(Yes)'를 받아야 하고, 단 한 명이라도 '노(No)'라고 하면 연기되거나 엎어질 수 있다는 점이 차이"라고 말했다.

당초 '침입자'는 지난 3월 개봉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두 번이나 개봉이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영화계 관계자들이 예매율보다 확진자 수를 더 자주 확인했을 만큼 힘든 기간이었다"면서 "온라인에서 '침입자(侵入者)'가 아니라 '침의 입자'라는 댓글을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심정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건축가 서진(김무열)의 여동생 유진(송지효)이 유년 시절에 실종됐지만, 25년 만에 돌아온 뒤 집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다. 손 감독은 좋아하는 작가와 배우로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와 소설가 현진건, 배우 메릴 스트리프"를 꼽았다. "크리스티의 소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하지만 읽으면 머리에 곧바로 그려질 만큼 장면 묘사가 구체적이고 정확하며, 현진건의 단편은 일제강점기 개인의 삶을 다뤘지만 지금 읽어도 낡거나 뒤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영화 개봉 이후에는 남녀 4명이 등장하는 연애 소설을 탈고하고 올여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장편 소설과 동화도 구상 중이다. 그는 "작가와 감독으로 데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기회가 닿을 때 부지런히 쓰고 싶다"고 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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