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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최서원 "검찰·특검이 진술 회유·협박…'삼족 멸한다' 폭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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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서 주장…"딸 구하려면 요구하는 대로 답하라고 압박해"

연합뉴스

최순실 판결 (PG)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합성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검찰과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진술을 회유·협박하고 '삼족을 멸하겠다'는 폭언까지 했다고 자신의 회고록에서 4일 주장했다.

최 씨는 출간을 앞둔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에서 "2016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특검에서 있었던 실랑이는 한마디로 언어폭력의 극치였다"며 "특별수사팀장인 S 검사의 '삼족을 멸하겠다'는 그 말은 아직도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찢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건 단순히 나온 말이 아닐 수도 있다"며 "협조하지 않으면 나를 이용해 박 대통령을 뇌물로 엮어 역사에서 지우려는 그들만의 계획이 있었기에 나를 겁박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 씨는 어떤 대목을 조사하다가 검사가 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최 씨는 회고록에 등장하는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영문 이니셜을 붙여 언급했다. 이 발언을 한 검사에 대해 최씨는 "나보다 열 살이나 어려 보이는 검사"라고 설명했다.

최 씨가 언급한 2016년 12월 24일은 3일 전 수사를 개시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처음으로 최 씨를 소환한 날이다. 최씨는 이미 검찰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진 상태에서 추가로 특검 수사를 받았다.

특검팀 대변인이었던 이규철 당시 특검보는 이날 최 씨의 조사가 진행되던 중 브리핑을 열어 "기존 공소사실 이외에 확인할 부분이 있다"며 "뇌물죄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후 특검팀은 검찰에서 적용하지 않았던 뇌물 혐의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삼성그룹이 최 씨 측에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건넸거나 건네기로 약속한 수백억원대 금품이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 제공된 뇌물이라고 본 것이다.

연합뉴스

최서원 자서전 '나는 누구인가' 표지.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소개란 캡쳐]



이 밖에도 최 씨는 검찰과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회유 또는 협박을 반복했고, 이 과정에 자신의 가족도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검찰에서 나를 언니와 만나게 해 준 이유도 나에게 영재교육센터에 대해 박 대통령과 공모한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 박 대통령과 내가 공모해서 한 일로 몰고 가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나의 가장 아픈 부분인 가족을 등장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니는 나에게 빌면서 (언니의 딸인) 장시호의 혐의를 나더러 다 안고 가 달라고 했다"며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내가 죽기 전엔 못 나올 것 같으니 그것까지 안고 가면 (정)유라와 손주는 자기가 돌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후 영재센터는 내가 운영한 것으로 둔갑이 되었다"며 "그 대가로 장시호는 검찰과 특검이 보호해줬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최 씨는 처음 검찰에 출석한 2016년 10월 31일 첫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협박당했다고도 썼다.

그는 "검찰에 들어가 처음 나를 수사한 사람은 첨단수사부의 H 검사"라며 "그는 기진맥진한 내게 '검찰청에 온 이상 모든 걸 다 털어놓고 현실을 인정하는 게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밖에서 봤듯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고 검찰도 가만두지 않을 거다' 하면서 협박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진실을 밝히려 했지만, 그 검사는 이미 다 확인된 것이기 때문에 부정하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며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고 부연했다.

최 씨는 또 "(박 전 대통령과) 사적인 인연만 있을 뿐인 나에게서 더 건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들은 내 가족들을 끌어들였다"며 "딸을 구하려면 무엇이든 자신들이 요구하는 대로 답하라고 압박해왔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무엇을 택하느냐가 나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최 씨는 2016년 세간에 알려진 국정 농단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 끝에 구속기소 됐다. 이후 특검팀이 출범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최 씨는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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