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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갇혀 결국 숨진 9살, 문제는 계모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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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 주택에서 계모가 훈육한다고 가둬... 아동폭력 발생 구조 이해해야

오마이뉴스

▲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가 3일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6.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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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한 주택에서 가방 안에 갇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A군(9세)이 끝내 숨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사인은 심정지와 다장기부전증이라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이 게임기를 고장 내고도 안 했다고 거짓말을 해 계모가 훈육 차원에서 가방에 가두어 놓았다고 한다. 처음에 계모는 A군을 가로 50cm 세로 70cm 정도의 가방에 들어가게 한 다음 3시간 외출을 했고, 돌아와 보니 A군이 용변을 보아 그보다 작은 가로 44cm 세로 60cm의 가방에 가두어 두었다가 결국 의식 불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 A군을 119 구조대가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였으나 결국 숨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아동학대 범죄 사례가 하나 더 늘었다.

9세 남아면 표준적으로 키가 133cm에 몸무게 32kg 정도에 이른다. 그런 아이가 가로 44cm 세로 60cm의 가방 안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심정지가 올 때까지 겪었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 소식에 누구나 가슴 아파하며 계모가 전처의 아이를 학대한 것을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친부모의 아동학대 사례도 많다. 2017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2만 2367건의 사건 가운데 친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73.3%에 이른다.
대리 양육자(14.9%)와 친인척(4.8%)이 가해자인 사례도 많다. 그러니 이번의 경우에도 굳이 계모를 들먹일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계모만이 아동을 특히 전처의 아이를 학대한다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

아동복지법 제3조 7항에 규정된 아동학대란 다음과 같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를 때리는 것은 물론 요즘 문제가 되는 온라인상의 아동을 상대로 한 성적 착취도 아동학대에 포함된다.

2018년 기준 아동학대 신고 접수는 총 3만 6417건이다. 피해아동 발견율은 1000명 당 2.98이다. 미국의 경우 2012년 기준으로 그 수치가 9에 이르니 수치상으로 한국이 나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A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훈육 차원에서 아동폭력이 자행되었으나 발각되지 않은 사례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법제도는 완비되었으나 아동폭력에 대한 사회적 의식 수준이 아직 완전히 따라가고 있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군의 계모가 '훈육'을 하게 된 이유로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는 진술을 한 경우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짓말의 심리

아이들은 왜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물론 모든 인간은 원래 거짓말을 한다. 그러니 아이들도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아이들의 거짓말이 어른들의 거짓말과 같은가? 그래서 어른과 같은 제재를 받고 심지어 학대와 폭력을 당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아동심리연구소(Child Mind Institut)의 루스 박사(Dr. Rouse)의 연구에 따르면 아동이 거짓말을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아동은 호기심에서 거짓말을 한다. 그 거짓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한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특히 자신감이 없는 아동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하여 거짓말을 한다. 셋째로는 두려움을 느끼거나 우울한 아동이 자신의 상태를 남이 눈치채는 것이 두려워 거짓말을 한다.

여기에 더해 정신과 의사인 브래디 박사(DR. Carol Brady, Ph D)는 ADHD 증후군이 있는 아동의 경우 즉흥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거짓말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고는 자기가 거짓말을 한 사실조차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동의 거짓말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어른과 달리 상대방을 속여 금전과 같은 현실적 이유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아동이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이득을 보려고 거짓말을 한다고 여겨 화를 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동이 거짓말을 하면 자신의 권위가 손상되었다고까지 생각하여 거의 발작적으로 분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분노는 쉽게 폭력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아동이 거짓말을 할 경우 어찌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루스 박사와 브래디 박사는 이구동성으로 일단 아동에게 즉각 반응을 하기보다는 거짓말 자체에 대하여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그 분석의 결과로 거짓말의 종류를 식별하여 그에 알맞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지 관심을 끌기 위하여 한 거짓말로 생각되면 무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꾸짖으려면 "너 그거 꾸며낸 이야기지. 진짜는 뭐야?" 이런 식으로 물으면서 가볍게 꾸짖어야 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아동이 이보다 더 심한 거짓말을 할 경우에는 가벼운 제재에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압수한다든지 집안일을 시키는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른의 식별과 분별이다. 이를 위해서 어른이 먼저 아동의 심리에 대하여, 특히 거짓말을 하는 이유에 대하여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거짓말에 대하여 그 수준에 따라 적절히 대응을 해야 한다.

사실 대가족 제도에서는 거짓말에 대한 대처를 포함한 포괄적인 훈육이 세대를 거쳐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소가족제도가 확립된 현대에 와서 적절한 훈육 시스템이 무너져버려 쉽게 아동폭력으로 진행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신화에 불과하다. 가부장적 대가족 제도에서 아동은 여성과 더불어 '보 잘 것 없는' 존재로 복종만 강요당했다. 그들의 권리는 누구도 고려한 적이 없다. 아동의 권리는 여성의 권리와 더불어 철저히 근대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누구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그러니 이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모든 부모는 아동의 인권이라는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전 계모만 탓하면 아동폭력은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이종범 기자(frisci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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